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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Mar 26. 2021

잘 참았다.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6시 5분.

동료와 콘텐츠 미팅을 한참 하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넘어있었다. '어쩌지? 6시 20분 요가 가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으니 우선 미팅을 마무리하고 자리로 돌아가 짐을 쌌다.


지금 집에 갈까? 아니면 기다렸다가 7시 30분 요가를 갈까.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금요일인데, 동료들은 술 약속이나 저녁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남은 건 나 하나. 하루 종일 분주히 일하던 사무실에서 한 시간 더 머물며 다음 요가 수업을 기다리려니 왠지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지친 마음으로 고민하다가 '그래, 고민이라도 하고 있으니 (요가원에) 가자- 언젠가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집으로 바로 가고 싶은 날도 올 거니까' 하고 마음을 고쳐 먹은 뒤 기다려보기로 했다.


예상외로 한 시간은 금방 갔다. 다음 날 영어 스터디 자료도 좀 체크하고, 월요일 투두 리스트도 확인해보고, 아이패드로 그림도 좀 그리다 보니 7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심지어 벌써 일어나기 아쉽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집에 가 눕고 싶다는 한 번의 큰 유혹을 참아 넘겼다.


두 번째 유혹은 '조금 더 애써보냐 마느냐?'의 갈등으로부터 왔다. 금요일 밤 요가를 할 때면 이미 한 주 동안 소진된 몸과 마음으로 참석하다 보니, 집중도도 떨어지고 대강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요가 선생님은 어느 정도 내 몸의 가동범위를 아시기 때문에 '자 이 동작이 되시는 분들은 발을 더 드시고요-' 하며 한번 더 애써볼 것을 주문한다. 이럴 경우 고민이 된다. 편안하고 잘 되는 동작에서 머무를 것인가? 내 몸의 가동범위를 넘어서는 몸의 동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고민하는 동안 주춤했지만 나는 오늘도 온몸을 늘이고, 쥐어짜(?)며 최대한 하나하나의 동작에서 조금이라도 더 몸을 쓰는 방향으로 수업을 소화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동작인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었다.


요가 참석과 실력 향상을 위해 두 번의 큰 유혹을 이겨내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요즘이지만, 나는 한 주를 잘 보내고 금요일 밤 요가를 참석한 나 스스로를 칭찬하기 위해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맥주 한 캔을 따고 넷플릭스를 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도 참 잘 참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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