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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Apr 07. 2021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할 때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 머뭇거려진다면

요가를 6일째 쉬었다. 야근, 생리기간, 가족여행 등 운동을 쉴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다. 처음 하루 이틀은 요가를 쉬는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머지 며칠 동안은 '뭐 어쩌겠어?'생각하며 편히 쉬었다.


'쉰 것'이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열심히 할 때가 있으면 쉴 때도 있는 거니까. 진짜 문제는 쉬고 나면 게으름을 부리게 되고, 용기가 사그라든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엔 요가 수업에 갈까 말까 갈등하는 내 마음과 마주쳤다. 안 그래도 타이트한 나의 햄스트링은 며칠의 쉬는 기간 동안 다시 쪼그라들었을 것만 같았고, 동작을 많이 잊었을 것이라는 움츠러든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오늘은 내게 요가를 하지 않기 위한 변명거리가 없었다. 컨디션도 좋고, 업무도 오늘 할 만큼의 분량을 잘 마쳤고, 저녁 약속은 없었으니 마음이 편하려면 그저 요가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수강료도 아깝고 말이다.)


그렇게 잠시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빈야사 2' 클래스의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망설였건만... 결과적으로 오늘의 요가는 참 좋았다. 신체의 각 부위는 가동범위를 넓혀놓은, 딱 그만큼의 상태로 다시 구석구석 사용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난이도 있는 동작도 곧잘 따라 하고 잡생각 없이 집중하며 한 시간의 요가 수업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었다. '동작을 잊었으면 어쩌지? 유연성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어쩌지?' 하던 내 걱정이 무색할 만큼 몸은 7일 전과 같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요가원을 나서며 문득 어제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 - 나태해진 마음 - 쪼그라든 용기 - 재시도 - 생각보다  해내는 나를 만나는 ' 동일하게 겪었다는 깨달음이었다.


독일 친구와 나는 서로의 언어(독일어와 한국어)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하는데,  3~4개월 만의 통화라 평소 영어  일이 많지 않은 나는 그가 '우리 통화할까?'하고 묻는 말에 시원하게 '그래!'하고 대답하기가 어려웠었다. 아니 문자로는 '물론이지!'라고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하아- 어떻게 하지?'하고 걱정했다. 그래서 어제 ' 거기 있니? Are you there?' 하고 묻는 그의 메시지에 ', 잠깐 기다려줘! Oh wait a minute plz'하고 답하며 통화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어제의 대화 또한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충분히 좋았다. 대화는 매끄러웠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했고, 그가 내게 해주는 이야기들도  알아들을  있었다.


생각해보면 쉬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이런 '-행동' 사이의 고민, 걱정이  있어왔던  같다. 그럴  '에이 모르겠다' 하고 생각하며 걱정했던  일을 다시 해버리면 종종 ' 내가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네?' 하는 것을 깨닫곤 했다. 일을 하고 - 백수가 되고 -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오랜 시간 수영을 하지 않다가 다시 수영을 시작했을 때도, 오래 보지 않았던 친구와 다시 만나 대화를 시작했을 때도  '실력이 떨어졌겠지,  잊었겠지, 친밀감이 사라졌겠지' 걱정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면  몸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다시 시작한 '  해낼  있었다.


공백을 깨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우리는 늘 걱정하고 겁먹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니 괜힌 걱정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겠다. 앞으로는 ' 몸이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그냥 가서 다시 해보지 ' 하고 나를 믿고 그저 다시 시작해버려야겠다.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을 준비 중이라면, 그런 당신도  글을 읽고 걱정을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몸도  기억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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