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고래 May 10. 2021

'언제쯤'이라는 말

그날은 언젠가는 온다, 당신이 헤아리지 않는다면.

월요일 퇴근  들을  있는 요가 수업은  가지 종류다. 하타요가와 빈야사 요가.

사실 월요일의 하타 수업은 꽤나 빡세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담당하고 계셔서, 늘 하고 나면 온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도 나는 월요일이면 좋아하는 빈야사를 제쳐두고 하타 요가를 듣기 위해 요가원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주말을 보낸 후 회복된 몸으로 강도 높은 하타 수업을 듣고 난 뒤 찾아오는 성취감 때문이다.


오늘 주로 했던 동작은 등 등근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체 동작과, 햄스트링을 최대한으로 뽑아(?) 사용하는 전굴 동작들이었다. 온몸에 근육이 없는(?) 나지만, 등은 특히나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양 날개뼈를 의식적으로 가운데로 모으고, 앞가슴을 활짝 펼쳐내는 동작은 많은 인내력을 요구했다. 등 근육이 없기도 하고, 등 근육을 활용할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타 선생님은 내가 전굴에 약하다는 걸 알고 계셔서, 오늘은 다운독 자세나 우타나사나 동작을 할 때 자주 옆으로 오셔서 내가 보다 깊은 전굴을 하도록 신경 써주셨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셨다는.. 말ㅋㅋ)


계속되는 맹훈련(이건 어디까지나 내 수준에서 맹훈련이라는 말)을 견디다가 오늘은 그만 한 자세에서 동작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좀 더 참을 수 있었는데도 '쉬고 싶다'는 마음이 '견디자'라는 마음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게 무너진 자세로 잠시 한숨 돌리며 다른 수강생을 바라보았는데- 그분의 완성도 있는 동작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나는...'


언제쯤 나는 햄스트링이 늘어나서 배와 허벅지가 닿는 날이 올까?

언제쯤 나는 무릎을 쫙 피고 다리를 천천히 하늘로 올려 머리 서기를 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어깨 뒤로 다리를 걸고 하늘 높이 다리를 펼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그리고 그 '언제쯤 나는'이라는 생각은- '아... 한참 걸리겠지'하는 생각을 불러왔다. 무릎을 피고 땅바닥에 손가락을 닿게 하는 것도 겨우 하는 내가 언제 햄스트링을 쭉- 늘려 그 수많은 고난도의 동작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그 날은 언제일까?...', '얼마나 오래 걸릴까?...'


그러다가 '언제쯤 나는?' 하는 생각에서 '그날까지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다소 부정적 생각까지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잠깐 사이였지만 이 모든 생각들은 내게 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직장에서 팀장님 월급이 얼마인지를 우연히 듣곤, '내가 저 월급을 받으려면 10년쯤 걸릴까?'하고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언제쯤 나는 저만큼의 돈을 받고, 저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될까?'하고 아득하게 생각했었다. '아득함', 손에 닿지 않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 느끼는 그 감정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그때 내가 바랐던 것 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 오늘은 '널 팀장으로 올리면 좋을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네 의견은 어떠냐?' 하는 본부장님의 질문도 받았다. 그리고 오래전 '아득함'을 느끼던 사회 초년생에서 어느 정도는 능숙해진 직업인이 되고,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되기까지 '언제쯤 나는?'이라는 생각을 잊고 살아왔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만약 내가 긴 시간 직업인으로 살면서, '내게 맞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걸어온 꽤 긴 시간 동안, '언제쯤 나는...'이라는 생각으로 아득한 목표를 자주 떠올렸다면, 순간에 집중하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매일 좌절했다면 지금 이 단계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쯤?'이라는 질문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저 매일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아득했던 목표'에 지금 내가 닿아 있는 것이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제쯤 나는'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냥 '지금 내 눈 앞의 일을 해 내겠다'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당신이 하는 일들에 임했으면 좋겠다. '이 일만큼은 잘 해내겠어'라는 이 단기 목표에 충실한 태도가 그 아득하고 커 보이는 목표까지 당신을 데려갈 테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