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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May 24. 2021

해 볼 걸 그랬다.

기회 앞에서 도망치치 않는 습관

“고래님, 컴업 해보실래요?”


양발로 지면을 단단하게 딛고 서서 두 손으로 천골을(허리와 엉덩이 사이 단단한 뼈) 바치고 몸을 최대한 뒤로 활처럼 휘게 만들어 바닥으로 머리를 떨어뜨리고, 두 손도 지면을 짚는 드롭백 자세를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다들 가벼운 우타나사나를 하며 쉴 때였다.

아직 손을 들어 바닥으로 닿기까지 멀었다


선생님이 잠시 쉬는 내게 다가오셔서 ‘컴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나는 ‘컴업?!’ 하고 어떤 동작인지 몰라 일단 고민하고, 또 한편으론 드롭백을 완성하자는 말로 이해해서, 드롭백을 지금보다 더 깊이 할 순 없다는 생각에 재빨리 선생님에게 대답했다.

(참고로 컴업은 드롭백 완성 자세에서, 다시 혼자힘으로 일어나 바르게 서는 동작을 뜻한다.)


“아...조금 더 하면 제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ㅠㅠ”


그렇게 선생님은 내 옆을 뜨셨고, 나는 다시 전굴을 연습하는데 문득 ‘기회를 날린 내 선택’이 아쉽게 느껴졌다. 혼자 할 때는 깊이 시도할 수 없지만, 선생님이 도와주시면 보다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데... 좋은 기회였는데 나는 왜 그 좋은 기회를 놓쳤을까.


생각해보면 요가뿐만이 아니다. 때론 상사나 주변 사람들이 ‘너 이거 더 해볼래?’하고 어떤 제안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종종 ‘에이, 지금의 내 수준으로 그걸 어떻게 하겠어?’ 하고 뿌리칠 때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겸손이 아니라 도망에 가까웠던 것 같다. 누군가가 제안을 했다는 건, 타인이 보기엔 내가 그것을 해 낼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해서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럴 땐 그냥 , ‘그래, 해보지 뭐’하고 대답하고, 그냥 해보는 자세가 덜 후회하는 삶을 살도록 해 줄 것 같다.


다음부터는 ‘그래요? 해볼게요!’하고 가볍게 뛰어들어 무엇이든(하고 싶은 것이라면) 해보는 태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지. 그게 습관이 되고, 나라는 사람의 삶의 태도가 될 때까지.


p.s.

어릴 때 앞으로 유연성 테스트를 하면 손이 발에 닿지 않아 -12cm의 기록을 얻었던 통나무 같은 나였는데, 오늘 전굴 자세로 선생님께 칭찬받았다.


“‘오늘 파스치모타나사나’ 진짜 좋았어요, 박고래님!”

내가 생각해도 이제 발에 손이 잘 닿는 걸 보면 많이 늘기는 했다. 믿음과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된다고 믿어야지. 오늘도 몸을 쓰고, 또 하나 배운다.

진짜 많이 발전한 파스치모타나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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