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은 없지만, 요기(yogi)가 되고 싶어요.
금요일인 오늘의 요가 프로그램은 '하타요가'였다. 회사 근처 요가원에 다니고 있어서, 요가 클래스는 평일 저녁에 참석하는데 하타요가는 빈야사나 인요가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아서 주 초나 말일에 선택하게 된다. 월요일엔 주말 동안 충분히 회복된 근육들을 마음껏 쓰고, 금요일에는 다시 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최선을 다해 하타요가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리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이 짧았던 나는 '유연성'이라곤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 체력장 때 앉아서 앞으로 굽히는 '유연성 측정' 테스트를 하면 나는 늘 스스로도 머쓱할 만큼 앞으로 숙여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앞으로 많이 굽혀지지 않는 내 모습에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화도 내고, 같이 웃기도 하며 몇 차례의 체력장을 지나왔다.
요가를 할 때도 이 '유연성'은 능숙한 요가 자세를 방해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요가의 기본 동작 중 하나인 '다운워드 페이싱 독(downward Facing Dog/아도 무카 스바나사나)은 어깨 너비로 벌린 두 손을 땅에 짚고 목부터 척추까지의 근육을 쭉 편 뒤,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자세인데- 나는 햄스트링이 너무 당겨서 늘 뒷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린다.
오늘 요가에서는 앞으로 엎으려 누운 뒤 고개와 상체를 들러 올리는 코브라 자세를 취한 뒤, 뒷다리를 접어 하늘로 들어 올린 뒤 머리 뒤통수와 만나도록 하는 자세를 반복적으로 연습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참 어려워서 내 엄지발가락은 머리 뒤통수를 만나기는커녕 허공에서 파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다.
이 밖에도 한쪽 다리는 90도로 접고 반대편 다리는 무릎부터 발등까지 바닥에 대고, 허리를 등 뒤로 젖혀서 바닥을 향한 손이 땅바닥에 닿도록 연습하는 동작이 있는데- 이 동작을 할 때는 사타구니가 정말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단전부터 힘을 써서 상체와 뒷목을 뒷 바닥 쪽으로 향하게 젖힐 때는 앞가슴 쪽 전면부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코어 힘이 없어서ㅜ) 절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갈 무렵 다운워드 페이싱 독 부터 코브라 자세, 활자세 등 여러자세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데 마침 수업 중 되지 않았던 다리를 접고, 허리와 머리를 등 뒤로 젖히는 자세를 할 때 손이 처음으로 바닥에 닿았다. 선생님이 힘을 아랫배부터 주라고 한번 짚어주시기도 했고, 한 세트를 지날 때마다 더 기를 쓰고 자세를 잡아서 보다 몸이 잘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 한 번의 성공(?)으로 다른 동작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다운독을 할 때 뒷 꿈치가 허공으로 들리는 정도도 덜하고, 바닥 쪽으로 머리를 숙이는 우타나사나를 할 때도 이제 손이 바닥에 닿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역시 다음 달도 등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성과가 지지부진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운동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봐야겠다. 삽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저 묵묵하게 해야 할 동작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조금 더 원하는 동작을 잘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