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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Mar 20. 2021

포기하지 마,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유연성은 없지만, 요기(yogi)가 되고 싶어요.

금요일인 오늘의 요가 프로그램은 '하타요가'였다. 회사 근처 요가원에 다니고 있어서, 요가 클래스는 평일 저녁에 참석하는데 하타요가는 빈야사나 인요가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아서 주 초나 말일에 선택하게 된다. 월요일엔 주말 동안 충분히 회복된 근육들을 마음껏 쓰고, 금요일에는 다시 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최선을 다해 하타요가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리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이 짧았던 나는 '유연성'이라곤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 체력장 때 앉아서 앞으로 굽히는 '유연성 측정' 테스트를 하면 나는 늘 스스로도 머쓱할 만큼 앞으로 숙여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앞으로 많이 굽혀지지 않는 내 모습에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화도 내고, 같이 웃기도 하며 몇 차례의 체력장을 지나왔다.


요가를 할 때도 이 '유연성'은 능숙한 요가 자세를 방해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요가의 기본 동작 중 하나인 '다운워드 페이싱 독(downward Facing Dog/아도 무카 스바나사나)은 어깨 너비로 벌린 두 손을 땅에 짚고 목부터 척추까지의 근육을 쭉 편 뒤,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자세인데- 나는 햄스트링이 너무 당겨서 늘 뒷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린다.


오늘 요가에서는 앞으로 엎으려 누운 뒤 고개와 상체를 들러 올리는 코브라 자세를 취한 뒤, 뒷다리를 접어 하늘로 들어 올린 뒤 머리 뒤통수와 만나도록 하는 자세를 반복적으로 연습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참 어려워서 내 엄지발가락은 머리 뒤통수를 만나기는커녕 허공에서 파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다.


이 밖에도 한쪽 다리는 90도로 접고 반대편 다리는 무릎부터 발등까지 바닥에 대고, 허리를 등 뒤로 젖혀서 바닥을 향한 손이 땅바닥에 닿도록 연습하는 동작이 있는데- 이 동작을 할 때는 사타구니가 정말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단전부터 힘을 써서 상체와 뒷목을 뒷 바닥 쪽으로 향하게 젖힐 때는 앞가슴 쪽 전면부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코어 힘이 없어서ㅜ) 절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갈 무렵 다운워드 페이싱 독 부터 코브라 자세, 활자세 등 여러자세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데 마침 수업 중 되지 않았던 다리를 접고, 허리와 머리를 등 뒤로 젖히는 자세를 할 때 손이 처음으로 바닥에 닿았다. 선생님이 힘을 아랫배부터 주라고 한번 짚어주시기도 했고, 한 세트를 지날 때마다 더 기를 쓰고 자세를 잡아서 보다 몸이 잘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 한 번의 성공(?)으로 다른 동작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다운독을 할 때 뒷 꿈치가 허공으로 들리는 정도도 덜하고, 바닥 쪽으로 머리를 숙이는 우타나사나를 할 때도 이제 손이 바닥에 닿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역시 다음 달도 등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성과가 지지부진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운동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봐야겠다. 삽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저 묵묵하게 해야 할 동작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조금 더 원하는 동작을 잘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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