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를 보는 다양한 시각
영화 미나리를 본 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하는 생각으로 '영화 미나리'를 초록창에서 검색했다가 인상깊은 한 줄의 평을 보았다.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 영화를 평가할테니, 다양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이 평가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미나리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저 한 줄의 평이 못내 불편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 사람의 수준'으로 갈리는 것일까?
여러 후기를 찾아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시각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이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가족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라고도 했고, '지루한 영화'라고도 했고, '윤여정의 영화다'라고 배우 한 명을 주목해 영화를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평을 찾아보며, 나는 내 지인들과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봤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 기회가 왔다. 퇴근 시간에 동료들과 '미나리'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먼저 미나리를 어떻게 봤어?
A : 나는 원래 셜록홈즈나 액션이 큰 영화들을 좋아해. 그래서 사실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어.
B : 전 재미있었어요, (왜?) 배우들이 일단 연기를 잘하고, 제가 미국 맨하튼과 외각지역을 거치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공감도 막 가더라고요.
I : 나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이유는 이게 사람의 삶에 대한 '통찰'을 줬다고 생각해서야. 그러니까 모든 가족이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게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큰 손해를 입게 만들기도 하지. 그런데 또 서로 의지해서 불행을 딛고 살아가야 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고,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대로 주저 앉아 끝나버리는 것도 아닌 것이 삶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했어.
그런데 B야, 어떤 점에서 공감했는데?
B :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그 '아빠'가 너무 싫더라고요, (왜?) 아니 여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아이나 엄마나, 가족 전체를 위해 도시로 가고 싶은게 너무 당연하거든요, 외각에서 살면 공교육도 아침 등교, 오후 하교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아주 적은 과목만 공부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배움의 기회가 너무 적은거죠. 근데 모든 사회가 그렇지만 미국은 '전문기술'이 없으면, 사회생활을 아예 못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기술', '배움'이게 진짜 중요한데 아빠는 자기가 농사로 아메리칸 드림 하겠다고 지금 싫다는 가족을 기회라곤 없는 변두리 외각의 시골로 끌거 간거잖아요. 이기적이죠.
A : 난 아빠한테 굉장히 몰입해서 영화를 봤는데? 결국 아빠도 가족이 풍요롭게 잘 살기 위해서 농사를 시작한거고, 영화에서도 아이들에게 아빠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싶다고 말하잖아?
I : 나도 아내가 도시로 가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자고 남편에게 말하면서, 당신은 '농장'과 '가족' 둘 중 농장을 선택했잖아. 라고 말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갔어. 남편은 가족도 위해야 하지만, 가족을 위해 평생을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는건 아내가 이기적인것 아니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져야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할 자유는 남편, 아빠에게도 있어야지.
B : 아빠 입장에선 그렇지만, 그건 아내나 아이들에겐 정말 '도시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누릴 기회'를 다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저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 적인 아빠라 생각해요. (특히, 더욱 미국이니까요!)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만들어진 것 같아?
B : 저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했죠.
I : 아 난,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특히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만 생각했어.
A : 나도 I랑 의견이 같아, 특별히 '이주민'이기 때문에 나오는 소재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는데.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 모두가 '20, 30여년'간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굉장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서로 다른 인물에 더 크게 공감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불편했던 한 줄의 평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른 리뷰가 나온다'가 아니라 '개인의 히스토리에 따라 영화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해석은 '수준의 낮고 높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양성의 문제'일 것이고 말이다.
이 대화가 끝난 뒤 나는 또 다른 삶의 히스토리를 가진 누군가의 '감상평'이 궁금해졌다. 당신은 어떻게 이 영화를 평가하는지? 누구에게 감정 이입되었는지? 왜 그랬는지?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나빴는지 말이다. 그 감상평 속에는 아마도 '당신이라는 사람'이 들어있을 것이고, 나는 그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