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다른 이유
독일에 친구가 산다. 오늘은 그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한국과 독일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오래 이야기 나눴다. 그는 독일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고, 식당도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했다. 외출도 꽤나 제한적으로 한다고. 나는 얼마 전 국내선을 타고 남쪽으로 여행을 다녀왔고, 출근 후엔 점심에 식당도 가고, 새로 문을 연 카페에도 신나게 다녀와서 마스크를 쓴다는 사실 외엔 아주 큰 불편을 느끼진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마스크는 집에 와서도 벗는 것을 잊을 만큼 익숙해졌고, 카페에 가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 만큼 코로나 시국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행동에 엄청나게 제약을 받는 것도 아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정도 할 여유는 있는 요즘이니 큰 불편은 없는 것 같다.
그의 말에 의하면 독일의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꾸준히 생겨나는 것은 '지리적' 이유가 크다고 했다. 독일은 서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수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마주한다.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에서, 스위스에서, 프랑스에서 등등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독일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의 '경제'와 '생계'가 걸렸으니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큰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한국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코로나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지혜로운 리더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배려와 헌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나, '지리적' 이유도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북한 때문에 육로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경로가 차단되어 있고, 외국으로 드나들 수 있는 경로는 배나 항공밖에 없는데 그 정도는 사방으로 국경이 뚫린 나라들에 비하면 컨트롤하기 나은 환경이지 않은가.
대화 중에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이러니해요, 언제나 난 한국에 사는 일이 고립된 섬나라에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했죠. 육로로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고, 비행기를 통해서만 해외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럽 여행을 하면 나라 간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늘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되니 고립된 환경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요소가 되었네요.'라고.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이 고립된 환경이 실은 우리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동서남북으로 다른 나라와 이어져 있어 자유롭게 오가는 유럽 국가의 환경은 내게 큰 '부러움'의 요소였는데, 지금 와서는 그게 수많은 사람들을 병에 걸리게 하는 원인이 되니 말이다.
살아간다는 일이 그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변화할 것 같이 느껴지지 않던 가치조차도 상황에 따라 변해버리는 것이 삶인 것 같다. 언젠가는 코로나가 끝나고 유럽의 개방된 지리적 환경이 다시 '이점'이 되는 날이 오겠지만, 오늘의 교훈은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