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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직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서른 다섯 번째 쓰기

by 박고래

하루 중 8시간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 직장에 대해 나는 꽤 진지한 태도를 가진다. 좋은 것은 더 좋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조금씩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최근 대표님께 캐주얼한 소통의 자리를 요청드렸다. 처음은 간단한 점심 식사자리로 제안드렸는데, 어쩌다 보니 저녁 식사 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가벼운 분위기 속에 하고 싶었다. 다행히 대표님께서 이야기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주셔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오늘 떠올린 단 하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이곳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한 조직인가?’


이 물음은 규칙을 어기거나 무례해도 되는가? 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함께 바라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에게 도움 되는 것이라 믿는 일을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옳고 그르다, 현명하거나 어리석다의 판단보다는 ‘제안 자체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의향이 있는 곳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당연하지! 안 그런 조직이나 대표가 어디 있어? 하고 생각하는 대표님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그게 정량&정성 지표든, 태도든, 결이든 간에 평가를 받게 되는 입장의 구성원들은 ‘이 말이 과연 의도대로 전달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대표의 자리도 한편으로는 평가받는 입장이겠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라. 교실에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40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물음에 쉽게 손들고 답하는 아이들이 드물었다. 그 이유는 ‘질문이나 답’으로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서다.


어른이 된 이후, 속한 집단이 바뀌었을 뿐 준거집단에게 ‘질문이나 의견 개진’을 통해 나를 판단할 실마리를 흘리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가만히 있으면 ㅂㅎㄴ존은 건진다는데?!’ 어쩌면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 입을 다물면, 조직은 개선될 수 없고, 고이고 결국 변화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선택한 조직이 소중하다. 내가 머무는 시간만큼은, 조금 더 나은 곳이 되기를,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그 성장에 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긴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그것이었다. 지금 속한 이곳은 어느 정도 안전하리라는 것. 내가 좀 더 애정을 쏟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낸 것은.

맛있는 사케를 찾고 싶다면 ‘수달’이 그려진 것을 주문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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