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고래 Mar 16. 2021

더 현대 서울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만난 공간

주말엔 더 현대 서울에 다녀왔다. 최근에 오픈한 쇼핑몰인데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내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의 피드에도 자주 올라와서, 아직 한참 붐빌때인데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문했다.


더 현대 서울의 주목 포인트 중 하나는 '자연 채광',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 '실내 녹색 공원인 사운즈 포레스트' 등으로 대변되는 '그린&에코 컨셉'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커다란 백화점 하늘에 떠있는 조경용 나무나, 6층 한가운데 자리잡은 휴게공간 '사운즈 포레스트'의 사진을 찍어 인스타를 장식했다. 덕분에 공간 자체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다. 하지만 방문 후 기대는 가볍게 산산조각(?)났다.


가장 기대가 컸던, 도심 속 공원을 옮겨놓았다던 사운즈 포레스트는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작은 나무 여러개와 이끼, 흙으로 조성한 작은 휴게공간에 불과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소리 때문에 공원의 스피커에서 새어나오는 인공 새의 울음 소리는 숲속에서 듣는 맑고 경쾌한 새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건물의 경우, 자연물이나 주변 경관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케이스일텐데 이 공간은 자연을 장난감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이나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장난감', '모형', '악세사리'같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달까? (혹시 건물을 기획한 사람의 의도와 내가 느낀점이 많이 다르다고 해도...개인의 생각과 느낌은 자유니까....)


나는 이 거대한 쇼핑의 공간, 그러니까 '물건의 소비를 촉진'하는 공간에서 '자연'이라는 컨셉이 애매하게 사용되고, 그것이 칭찬받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코'를 컨셉으로 하는 이 공간에서는 하등 쓸모없는 예쁜 쓰레기라 느껴지는 물건들이 잔뜩 판매되고 있었다. 나 역시나 아이디어 상품을 보며 감탄을 하기도, 가지고 싶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평소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물건까지도 사고 싶도록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끝판왕'같은 공간에서 '자연'을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다니...


조금 과장된 상상일지 모르지만, 나는 더 현대 서울에서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스스로 초래한 환경 오염 문제로 미세먼지가 생기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면서 인간은 스스로의 활동 공간을 실내로 제약하고, 그 속에서 다시 인공 자연을 만들어 자연을 누리고자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모든 문제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하는 문명의 이기'가 초래한 문제일 텐데... '소비 촉진제'인 백화점에서 '자연과의 조화, 상생'을 말하다니, 개탄할 노릇일 수 밖에.


수 많은 브랜드들이 진심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에코' 컨셉을 사용하는 그린 워싱이 아주 오래전 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 현대 서울에서 하나 하나의 브랜드가 '에코' 컨셉을 활용할 때보다 더욱 불편감을 느꼈던 것은, 백화점은 '가치 소비'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가 모여있는 판매의 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윤조직이 경제적 가치를 두고 무조건 '환경'만을 생각하는 행보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나 같은 개인도 소비를 할 때 환경보다 '더 저렴한, 더 편리한 서비스'를 선택할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내가 이 커다란 백화점을 기획한 사람들을 무작정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다만 이런 글을 적어 불편한 마음을 나누는 이유는 '환경 문제'로 인류가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개인과 조직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 모두가 아주 잠시라도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았으면 해서다.


마지막으로 브랜딩이란 자고로 '말과 행동의 일맥상통'함으로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 헌대서울도 기획 단계에서 자연을 단순히 '템팅'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생, 보호'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진짜 에코 컨셉을 가진 백화점'으로써 더욱 힙한 공간으로 주목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럭셔리 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