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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Mar 16. 2021

벅찬 일 앞에서는 크게 숨을 쉰다

우울의 늪에서 나를 건져올리는 명상의 힘

1분 전. 드르륵- 휴대폰에서 알람이 왔다. 요즘 쓰는 명상 앱의 알림 소리다. 그렇다. 나는 명상 앱을 깔고, 매일 명상하는 초보 명상인이다.  


시작은 명상이 아니라 '호흡'이었다. 답답한 일이나 감당하기 벅찬 일 앞에서 나는 '크게 숨 쉬는 버릇'이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길게 내쉬는 호흡을 하고 있다 보면 눈 앞의 문제가 아니라 숨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확히 왜 하는지도 모르고 행했던 '숨쉬기'는 어느 날부턴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내 삶의 두 번째 최악의 상사로 랭크될 Q님과 일하던 시절, 나는 화장실에서 자주 울었다. 본인 기분이 안 좋으면 인신공격을 하거나, 사람을 앞에 두고 소리를 지르는 등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언행을 일삼던 분이었다. 당시에 나는 '이 사람이 좋은 상사는 아니지만, 잘 배워서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인성은 별로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성장할 때까지 참고 배우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울면서도 회사를 꾸역꾸역 다녔다.


어떤 날은 광고주가 '광고 제작비'를 깎으려고 Q님을 소환했는데, 소환하는 김에 '우리 일 좀 더 잘 신경 써달라, 지금은 부족하다'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날 Q님은 안 그래도 매너 없는 K기업 마케팅 팀장이, 자신을 불러서 '일을 더 잘하라고 했다'며 나를 세워놓고 '너 때문에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겠냐며, 너무 수치스럽다'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K기업 마케팅팀 실무진들에게 '과장님만 믿어요', '과장님이 없으면 제가 이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심지어 제안했던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실행으로 옮겨지곤 했다.) 그런 시기임에도 Q님은 '너 때문에 광고비가 깎이고, 내가 불려 갔다.'며 나를 닦달했다. 사실 그 미팅은 클라이언트가 광고비를 깎기 위해 만든 자리였고, 내 클라이언트가 싫어했던 것은 바로 그 이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잘못이 아닌 이유로 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 날들이 잦아지자 내 마음도 지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책임감이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감정 때문에 그르칠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여러 팀과 함께 미팅하는 자리에서, Q님의 감정 섞인 비난을 듣고 수치심에 휩싸인 채로 미팅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그런 순간 늘 나를 버티게 해 준 것은 바로 이 '숨쉬기'였다. 당황스럽고 감정 컨트롤이 안될 만큼 슬픔이 차오를 때, 나는 의식적으로 숨을 쉬었다. 그리고 수차례 숨을 쉬다 보면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다.


숨쉬기를 통한 마음의 정돈 다음 찾아온 것은 3자적 시선으로 내 상황과 내 생각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누군가로부터 꾸준히 '너 때문에'라는 말로 질타를 받으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정말 못하는가?'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 시절 나는 Q님의 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팀장을 비롯한 주변 동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해 주었으므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이건 내 탓일까? 내가 더 잘하면 되는 일일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 쉬며 감정을 정돈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내가 잘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나를 반복적으로 의심하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멀리서 바라보기'를 했던 날 나는 이 회사에서의 지옥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해결할 수도 없음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상황을 바로 보게 된 것이다.


다들 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반복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무의식적이고도 반복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려면 '아? 내가 이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했구나, 왜 그렇게 생각했지? 이유는 뭐지? 그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생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안돼, 못해'라는 부정적 생각만 반복하게 될 때가 있다. 마치 쥐 덫에 걸린 것처럼. 이때 '내 생각을 3자적 시선으로 관찰하고, 왜 그렇게 생각했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하고 생각의 덫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숨쉬기, 그러니까 명상의 힘이다.


Q님과 일하며 지옥 속에서 도토리 쳇바퀴 돌 듯 '내 잘못일까?'를 생각했던 나는, '내 잘못일까? 만약 내 잘못이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잘못이 아니라면 그럼 누구의 잘 못일까?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같이 여러 갈래로 생각이 뻗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까닭에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니라 주변적 상황이나, 타인 때문에 고통 속에 놓이기도 한다. 부정적인 환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위축되는 시간이 찾아온다면 나는 당신이 숨에 집중하는 명상을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마음을 비우고 숨쉬기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정돈되고 나아가 당신의 부정적 생각이 긍정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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