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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Apr 01. 2022

[소설 리뷰] 파친코(Pachioko)/ 이민진

재일교포, 그들은 누구일까? 한 조각 답을 주는 책

//스포주의//

1. 3년 전 독일에 사는 지인이 추천해서 읽게된 책 ‘파친코’.(소설 파친코와 이민진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총 2권이고, 두께감도 얇은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왠지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파친코는 식민치하의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힘겹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덤덤하게 그려진 소설인데, 어두운 배경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술술 읽혔다. 결국 3일 만에 전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2.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유부남 인지도 모르고 사랑했던 한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 그러나 첩이 될 바에야 미혼모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 그리고 자신과 아이를 위해 기꺼이 ‘남편’이 되어준 백이삭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가 주인공이었을까.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나는 글을 읽으면서 소설의 무게추가 실리는 인물이 꾸준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자의 부모세대로부터 시작해서, 선자, 그리고 그 아들인 노아와 모세, 그녀의 손자까지... 척박한 시대에 ‘생’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일본에 정착하고, 그 거친 삶을 계속해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착 1세대의 삶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의 최하층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았고, 돼지, 닭과 같은 가축과 한 집에서 지냈으며... 돈이 있어도 집을 구하지 못했다-하는 등...)



3.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오래 삶을 꾸려온 사람들. 조선인의 국적을 가졌지만 ‘일본’의 문화를 습득하고, 일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조선말보다 ‘일본어’를 더 잘 쓰기도 하는 이들을 비하해 ‘자이니치’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일제의 식민통치가 끝난 후에도 이념 분쟁이 일어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들의 후손들은 일본에서 부를 축적하고, 일본인들이 밟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도 하지만 결코 ‘일본인’과 동등해질 수는 없었다. 또한 조선에서도 ‘변절자’와 같이 취급당했으므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4. 소설 속 ‘선자’는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넘어가지만, 굳건하게 자신 앞에 닥친 현실을 살아낸다. 감옥에 갇힌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김치, 설탕과자를 팔기도 하고 식당에 취업해 돈을 벌기도 한다. 그녀의 삶은 ‘고통’이 두텁게 자리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죽고 싶다’ 생각하는 장면 또한 없다. 끊임없는 생에 대한 의지, 아니 나의 ‘남편’, ‘자식’, ‘아주버니’, ‘형님’ 등 가족을 지켜주고 돌봐야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희생한다.


5. 설 자리가 없었던 많은 한국인들은 ‘파친코’ 사업을 하거나 ‘야쿠자’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힘을 기를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도덕관’을 의심받고, ‘손가락질받는 일’들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자본을 모으기 힘들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또는 그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자이니치’들을 욕한다.


6.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개인’과 ‘사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환경’이라는 ‘한계’를 일개의 개인(또는 집단)이 뛰어넘지 못한다는 생각 말이다. 


7. 어린 시절의 나는 종종 ‘노력하면 못할 것은 없다’고 자주 생각했었다. 세상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계’에 대해 말하지 않으니까.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우리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이 책 파친코를 읽으며 ‘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것을, 나를 둘러싼 상황을 완벽하게 극복하거나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꾸만 상기하게 되었다.


8.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부를 일구고, 성공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선자네 가족을 보며 나는 ‘받아들야하는 상황’과 ‘노력을 통해 개선할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끝.


2019년 2월에 다 읽은 이 소설이 #애플TV+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다시 화젯거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몰입도 있게 읽은 소설이라 리뷰를 썼었는데, 그때의 리뷰를 브런치에 옮겨본다. 영상도 좋지만, 글(소설)은 인물과 배경에 대한 더 큰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책으로도 꼭 읽어보기를 살짝! 권해본다.  

*원본은 이곳에 있어요 >> https://blog.naver.com/jebac/22145936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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