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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작가 Jan 02. 2022

온 가족의 기대를 두 어깨에 지고

이국 하늘에서 띄운 편지(6)

대필작가의 말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할아버지가 26년 범띠이시니, 검은 호랑이의 해인 올 한 해 좋은 기운 받아 더욱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편지를 보는데 저는 갑자기 전 중위님을 맞았을 때 가족들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국의 내음을 묻힌 젊은 군인이 아버지의 편지와 선물을 가지고 집안을 들어설 때 가족들이 느꼈을 설렘과 호기심, 더욱 짙어졌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말이에요. 전 중위님 편에 선물을 보내놓고 가족들의 반응을 오매불망 기다리셨을 할아버지의 모습도 어땠을까 싶고요.


 그리고 저희 아빠가 조기 유학(!)을 가실 수도 있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네요. 다음에 자세히 여쭈어볼 이야기가 또 생겼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ㅎㅎ 이야기를 발굴하는 재미가 있네요.





그리운 당신에게


 날이 자꾸 가자 점점 더 보고 싶어지는군요. 그간 어머님께서는 좀 기력이 좋아지셨는지요? 그리고 온 집안 식구들 모두 안녕들 하신지요? 큰 형님께서도 잘 되셨는지 궁금하군요.


 일전에 숙이에게 보낸 편지 꼭 회답해 주도록 하세요. 여기서는 매일 기다려지는 것이 편지밖에 없어요. 신문을 보니 비행기 사고도 있었고 일선에서 충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조용한지요?


 그리고 요번에 같이 왔던 전 중위 님께서 귀국하시는데 그 편에 아주머니 말씀하신 흰 옷감 6마를 끊어 보낼게요. 3.54불에 세금 합쳐서 3.65불인가 했습니다. 그리고 스카프 3개와 숙이 물감 한 곽, 볼펜 한 개, 루즈 한 개, 연필 한 다스를 같이 보냅니다. 여기 올 적에 얻었던 항공 조종사, 에어 걸 배지와 고무풍선도 함께 보내니 잘 받으세요. 전 중위님께서 찾아가시면 꼭 잘 대접하여 주시고 잘 받았다는 회답도 꼭 주길 바랍니다.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할게요. 다름 아니라 렬이를 자기에게 보내도록 보증  주겠다는 사람이 생겼어요. Tom이라고  상점을  군데나 가지고 있는 분이에요. 중학교나 마치고 고등학교 가기 전에 보내라고 하네요. 사람 편이든 배편이든. 자기가 공부할  있도록 하겠답니다. 아주 좋은 분이에요.


 오늘은 고무신 한 켤레를 가져다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당신 주라며 빨래 짜는 기구와 소포 값 5불을 주었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당신 주라고 손지갑(비니루 같아요)과 숙이 것 반짝이는 지갑, 렬이 지갑과 선이 빙수 만들기 놀이 소꿉 장난감 그리고 률이 주라고 장난감 권총 한 개를 줬어요. 각각 이름을 써서 꾸려 놓았으니 조만간 소포로 부칠게요. 아마 세관에 세금을 물어야 할 텐데 세관 담당자에게 이 편지를 보이고 선물로 미국인이 보내온 것이라고 말하면 잘 될 겁니다. 그리고 만약 권총 장난감이라 뭐라 하거든 김ㅇㅇ씨를 대 달라고 하면 도와줄 터이니 꼭 찾아다 률이 좀 기쁘게 해 주세요.


 빨래 짜는 기구 설명을 해줄게요. 손잡이에 달린 너트를 위 중앙에 끼우고 빨랫감을 두 막대 사이 밑으로 대고 돌리면 물이 쪽 빠집니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당신이 하루 종일 빨래와 식사 준비에 바쁘겠다며 신경 써 주니 이런 고마운 분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여기 한 3만 원 주면 차서방 것 만한 카메라를 살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꼭 하나 사다 드려야 하는데... 한 번 물어보세요. 그리고 명철이 한 사람 사귀게 해주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요. 소자도 하나 소개해 주고 싶은데 갸들 또래는 벌써 애 낳고 산단 말이에요. 다른 애들은 너무 어리고. 하여간 가기 전까지 힘써서 꼭 한 사람씩 사귀게 해 볼 테니 그렇게 전하세요.  이 편지는 빨리 가야 약 20일 걸릴 겁니다. 그럼 안녕...


추신 : 요 전 편지에 률이는 아무것도 안 써서 섭섭했다. 요번엔 그림이라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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