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니 남편은 온데간데없고 온기가 남은 새 반찬만 인덕션 위에 올려져 있다. 새벽에 장금이 남편의 뚝딱뚝딱 칼질소리가 들리더니 반찬 3가지를 완성해 놓았다. 어젯밤 퇴근하며 장을 본다고 하더니 메뉴가 진미채 볶음, 멸치 볶음, 두부조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녁에 1개 해놓고 아침에 2개 한 느낌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7시에 출근하는 사람이 어떻게 뚝딱 만드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유식부터 남편이 만들었으니, 15년째다. 나도 미혼 때 밑반찬 창업반 수업을 1년 넘게 들었고, 열심히 주부생활 해보려 했는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남편은 40대의 퇴근 후 여유시간을 요리 유튜브 보며 보내는 느낌이다.
멸치볶음에 아몬드를 넣었나 싶어 자세히 보니 편으로 곱게 썬 마늘이다. 진미채 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혹시 마트표인가 싶어 껍질을 찾았는데 없다. 진미채조림을 한 흔적이 있는 프라이팬만 있을 뿐이었다. 진미채 조림 전용 양념을 산 게 틀림없다.
멸치볶음과 진미채 볶음을 한 이유는 방학중인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으로 괜찮을 것 같아서라고 한다. 나도 출근 준비를 하고 무생채 만들기를 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각할 것 같아서 재료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고 부리나케 출근했다. 퇴근하고 만들어야겠다. 더더욱 남편이 어떻게 새벽에 반찬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아침에 자고 있는 아이들 깰까 봐 살금살금 나왔다. 9시 넘어 아침식사하고 양치 인증을 하라 했더니, 아이들이 초토화된 식탁과 양치 인증 사진을 보내온다. 퇴근 때까지 식탁 위에 덩그러니 있을 밥그릇이 예상되어 원격지도를 해야겠다. 맞벌이라 별수 없다. 아빠의 귀중한 진미채와 멸치볶음을 남기다니...
실컷 뒹굴뒹굴 놀아라. 내 그럴 줄 알고 방학 아웃소싱을 해놨다. 오늘도 학원비 벌고 귀가해야겠다.
<초등 딸 방학 일정>
월 17시 30분 - 19시 영어수능독해
화 14시 30분 - 16시 30분 중학선행수학
화 17시 30분 - 19시 영어수능독해
수 자유
목 14시 30분 - 16시 30분 중학선행수학
목 17시 30분 - 19시 영어수능독해
금 17시 30분 - 19시 영어수능독해
<중학생 아들 방학 일정>
월 10시 - 12시 중학현행수학
화 16시 30분 - 18시 30분 고등선행수학
화 20시 30분 - 22시 영어수능독해
수 10시 - 12시 중학현행수학
수 20시 - 22시 과학 물리
목 16시 30분 - 18시 30분 고등선행수학
목 20시 30분 - 22시 영어수능독해
금 10시 - 12시 중학현행수학
금 14시 - 15시 30분 국어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