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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의 수학학원 단톡방

by 자급자족 Ma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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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딸은 4명 소그룹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다. 읍면지역 시골이라 황소 등의 유명 대형학원은 없다. 대치동에서 수학학원 원장을 하다가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 중고등 전문 수학 소그룹학원을 하는 분께 맡기고 있다.


수학선생님마다 딸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말을 들어왔던지라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엊그제 원장님께 전화를 받았다. 중학생 1학년 4명이 들어있는 단톡방에 나를 3주 정도 초대해도 되겠냐고 했다.


원장님 워딩을 옮겨보면, "○○이가 머리도 똑똑하고 수학감도 좋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성격이 왈가닥 남자애 같아요. 혹시 아이 문제집 표지 보셨을까요? 너덜너덜해요. 매일 숙제를 해서 올려야 하는데 이틀에 한 번꼴로 올리고 올리지 않는 것에 당당해해요. 중학교 입학했으니 학교적응 기간도 필요하지 않녜요.  여자애가 있는데 매일 하라는 대로 꼼꼼하게 숙제를 올리거든요. 어머님께서 딱 3주만 단톡방에 들어오셔서 ○○이 숙제 올리는 것 좀 관찰해 주세요. ○○가 아빠는 안 무서워하는데 엄마는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요"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상을 방해하는 카톡 생활을 싫어해 카톡프사에 사진도 없으며 내 이름은 점(.) 처리를 해놨다. 조용한 단톡방 기능으로 카톡 알림 자체가 안 오게 해서 사회 증발 수준이다. 그런 나에게 중학생 1학년 4명과 학원선생님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 초대를 하겠다니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말의 안을 들여다보면, 딸을 생각해서 부모로서 감시(!?), 관찰을 해달라는 부탁인 거다. 말의 안을 들여다봐도 부담스러운 부탁이다. 마치 공부 못하는 자식 학교상담을 나오라는 부탁이 이 정도의 기분일 것 같았다.


승낙을 하고 단톡방에 들어보니 매일 수학문제를 풀고 채점을 맨 후 사진을 찍어 올리는 공간이었다. 실제 보니 자정을 넘겨서도 숙제를 올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시간 상관없이 새벽에도 올리라고 안내를 했단다. 생님께서 설명하신 딸의 친구는 자정이 넘어서도 숙제를 올리고 있었고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꼼꼼하게 풀고 있었다.


의 숙제를 관찰해 보니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1. 풀이식을 줄 맞춰 반듯반듯하게 쓰지 않고 있다.

2. 다 풀고 풀이식의 끝에 정답이 나왔을 때 네모박스나 동그라미 표시를 해서 정확한 정답 구분을 하지 않는다.

3. 채점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는 안 풀고 지나친 문제가 보인다.(당연하다)


결국 부모로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바른 글씨로 풀이식을 쓰고 풀이와 정답이 잘 구분도록 따로 표시를 해라"정도다.


여러모로 마음이 안 좋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직장 다니는 바쁜 엄마라 딸에게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3주간의 단톡방 관찰로 딸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길 바라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딸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


"딸아, 단톡방에서 남과 비교당하는 것, 친구들도 다 있는데 엄마가 단톡방에 들어와 관찰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겠지만,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자. 그동안 엄마가 직장생활로 바빠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자"


어렵다.


아침에 출근해서 단톡방을 보니, 한 남학생도 엄마 초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나 보다. 절규를 한다. 수학학원 안 다니고 수능을 본 내  학창 시절이 그래도 행복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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