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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8시간전

손 큰 남편의 비빔밥

아침에 눈을 뜨니 부엌에서 칼질 소리가 들린다. 어렸을 때에는 엄마의 칼질 소리에 깼는데 결혼하고서는 남편의 칼질 소리에 깬다.


눈을 감고 칼질 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어떤 아침 메뉴일까 상상한다. 칼질 소리가 길어지는 걸 보니 김치찌개와 덮밥은 아닌 것 같았다.


식탁 위를 보니 비빔밥 재료 준비되어 있다. 밥은 취사 중. 밥이 다 되면 1 공기 반 넣으라고 편이 당부했다. 1 공기 반은 아이들이랑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하며 남편이 7시 10분에 출근한다.


남편이 다문을 빼꼼히 열고 오늘 아들의 수행평가가 (과학 교과의 평형과 기술가정 교과의 한옥의 장점)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 가기 전, 아들에게 공부한 거 한번  설명하게 하란다. 그러고 보니 아들 비바샘의 안정 선생님 과학 인강을 듣고 있다. 관련 주제의 읽기 자료를 출력해서 조용히 옆에 놓아주었다.


비빔밥 재료


밥솥이 취사에서 보온으로 바뀌자 남편 말대로 뜨거운 밥 1 공기 반을 넣어 비볐다. 많다. 그리고 짜 보인다. 그래서 반공기 더 넣었다. 분명 간장도 한 스푼 추가하라 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세 그릇의 비빔밥과 계획에 없던 2개의 도시락을 싸고도 남았다. 큰손 남편덕에 오늘도 도시락  싸고 출근해서 늦게 들어와야 하나 보다.


아침식사를 끝낼 때쯤 딸에게 남편이 전화했다. 오늘 아침 비빔밥의 맛은 어땠는지, 오빠는 수행평가 준비가 다 되었는지 묻는다.


비바샘의 안현정선생님 과학 강의

나라면 대충 계란 프라이 하나 해서 먹였을 텐데 남편은 매일 full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애들이 급성장기라 키가 부쩍 크고 있다. 급식시간까지 애들이 배고프지 않게 공부할 수 있어 다행인 듯하다.


남편 학창 시절에 떤 상황에서도 어머님께서 따뜻한 아침밥을 먹였다고 한다. 아마도 남편은 어머님께 받은 아침밥의 추억과 정성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은가 보다.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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