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길어서인지 아들과 남편 사이에 작은 신경전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텃밭에 가서 물을 줘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텃밭에 가서 4인 가족이 물을 주고 각자의 노동을 하고 오면 감정 교통정리가 될 것 같았다.
아들은 Y자 방아다리 줄기 아랫부분의 잎과 곁순 전부 제거하기, 딸은 감자꽃 따주고 물 주기, 남편은 서울 시댁에 가져다 드릴 잎채소 수확하기, 나는 호박, 오이, 토마토의 어미줄기만 남기고 곁순 제거하고 지지대에 묶어주기 작업을 했다.
1주일 전쯤, 분명 잎채소를 줄기만 놔두고 다 수확해 버렸다. 또 뻥튀기가 되어 있다. 오이는 초보 주인을 잘못 만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축 늘어져있다. 지금이라도 아들 곁순을 제거하고 어미 줄기를 지지대에 묶어 위로 타고 올라가도록 유인해 줬다. 호박 역시 집중해서 줄기를 관찰하니, 어떤 아들 줄기를 없애고 어미 줄기를 살려야 할지 감이 왔다. 애호박의 줄기 역시 지지대에 고정시켜 타고 올라가도록 유인했다.
농장 아저씨께서 우엉잎에 진딧물 약을 하라고 하신다. 다음 주에는 계란과 식초로 천연 진딧물 제거제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해 봐야겠다. 작년에는 혼자 농사를 지었다. 가족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해서 권하지 않았다. 이제 가족도 적은 노동으로 큰 수확의 기쁨을 주는 텃밭 농사의 묘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 올해 모종 심기 전에 시어머니께 어떤 채소를 좋아하시냐고 여쭸다. 아삭이 고추와 꽈리고추를 많이 심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이른 아침에 갔는데도 땀을 한 바가지 쏟고 왔다. 매번 느끼지만 따로 헬스클럽 다닐 필요가 없다. 줄기를 다듬느라 떼어낸 호박잎과 고춧잎으로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시던 반찬을 만들었다. 고춧잎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여 피부를 곱게 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또한 다른 채소류와 비교하여 단백질 함유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한다(두산백과).
호박잎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피부와 점막을 튼튼히 하고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한다. 또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세포 발생을 막아주는 항산화 작용도 한단다(농식품 백과사전). 매번 느끼지만 백과사전에는 채소들이 만병 통치약 수준으로 기록되어 있다.
텃밭에 다녀와서 중3 아들은 역사 시험 공부를, 중 1 딸은 학원 수학 숙제를, 남편은 두 아이를 관찰하며 밭솥의 고무박킹을 검색한다. 교통정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