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의 칼질소리가 들린다.
밖에 나가보니 아침 메인 메뉴는 새우된장국과 매운 어묵볶음이다.
오늘도 손이 크다. 프라이팬 한판, 냄비 한가득 반찬과 국을 해놨다. 친척이라도 근처 산다면 나눠주고 싶을 정도다.
<새우 완전범죄>
나: "근데 된장국에 왜 새우가 4마리밖에 없어?"
남편: "응 어제 농수산물 시장에서 새우 사서 애들하고 삶아 먹었어."
일이 있어 자정에 귀가했는데 제철 최애 새우를 삶아 먹었단다. 싱크대에 수북하게 쌓여있어야 할 새우 껍질 흔적이 없다. 완전범죄를 꿈꾼 듯하다.
눈치를 보며 덧붙인다.
"너 먹으라고 4마리로 된장국 끓인 거야. 된장국물도 새우 삶은 물을 사용한 거야"
새우삶은 물은 버렸으면 하는데.. 신성한 라면과 된장국에 활용한다.
밥상을 차려두고 오늘도 남편은 7시 10분에 출근한다. 거실에는 최태성 한국사 인터넷 강의가 켜져 있다. 새벽에 공부했나 보다. 승진을 하려면 한국사 연수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시험이 이번주라고 한다.
남아선호에 가부장적 6남매 집안에서 다섯째로 자란 나에게는 생소한 아침풍경이다. 남자가 아침밥을 차리다니. 그것도 10년 넘은 결혼생활 내내.
정확히 기억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마당으로 밥상을 던졌던 날을.
날아가는 밥상에 아빠의 음성이 덧입혀졌다.
"밥상에서 비암(뱀) 나오겠다"
나물, 풀 반찬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 엄마는 조용히 음식을 쓸어 담더니 새롭게 밥상을 차리셨다.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 프라이를 더해서.
남편이 차리는 아침식사가 신기하지만, 10년 넘게 신기하다고 말은 못 했다.
조용히 얻어먹을 뿐.
오늘도 감사하다.
새우된장국 매콤한 어묵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