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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Oct 08. 2024

욕을 한 바가지 먹고 텃밭(13)

새벽 6시 50분, 텃밭에 갔다. 


아이들 등교가 8시 20분인데 그전에 충분히 여유가 될 줄 알았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빠 2주 만에 가는 텃밭이라 궁금했다. (아니.. 미치겠어서 가고 싶었다.)


처음 마음은 지에 뿌려놓은 씨앗이 발아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새싹이 났다면 솎아주기만 하려 했다. 밭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처럼 일에 빠져들었다. 당초 계획 30분이었는데 45분을 쓰고 말았다. 


비닐에 가려진 일부 새싹이 햇을 잘 볼 수 없어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누렇게 변한 새싹의 주변 비닐을 찢었다. 새싹 주위 땅을 확보하며 비닐을 제쳐주었다. 어둠에 가려 누렇게 변한 새싹 내 모습 같았다. 오늘 텃밭에 오길 진짜 잘했다고 생각했다. 또 2~3주 못 올 예정이기에 오늘 보살피며 오류를 수정하고 싶었다.


남편이 만들어둔 비빔밥 재료에 밥을 넣고 비벼줘야 하는데..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집에 도착하니 중학생 아들이 대신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동생도 챙겨줘서 다 먹었단다. 애들은 샤워를 끝내고 머리 말리고 있었다. 학교 집의 거리가 도보 2분라 아이들은 지각하지 않았다. 는 직장에 5분 지각했지만, 괜찮다.


남편이 보낸 카톡을 열 않고 슬쩍 첫 줄을 보았다. "너는 애들보다 풀데기가.."라고 적 있다. 읽지 않고 삭제 버튼 눌렀다. '당연히 풀데기 보다 애들이 중요하지.' 끔은 상대가 던지는 말을 그대로 받지 않기로 했다. (넣어둬~)


남편은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겠다.  나는 며칠간 하루 14시간씩 앉아서 풀리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늘 아침, 굳은 근육이 풀렸고 생각도 정리었다. 텃밭 노동 덕분이다.


텃밭이 주는 위안이 너무도 크지만, 다음에는 퇴근하고 몰래 가야겠다.



1. 고추 : 상한 고추 따버리고 가지 늘어진 것 정리하기. 풋고추 조금 따고 나물용 고춧잎도 따고 마른가지는 한 곳에 모아 버리기


2. 가지 : 큰 가지열매 위주로 따고 무거운 곁가지 꺾어주기


3. 대파 : 너무 바짝 붙은 대파는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솎아주기. 호미 끝으로 살살살 흙을 긁어 대파 북돋워주기



4. 루꼴라 : 다 자란 것 뽑아주되 여린 것은 남겨두기. 새로 발아된 새싹 주변 비닐 찢어주기. 너무 빽빽하게 자란 새싹은 가운데를 솎아주기


5. 시금치 : 새싹 중 너무 빽빽하게 난 부분 솎아주기



6. 당근 : 주변 흙 살살살 긁어 어루만져 주기


7. 모닝글로리(베트남 공심채):  새순이 자라도록 다 자란 줄기를 칼로 잘라 수확하기


8. 부추 : 밑동에서 조금  위를 큰 칼로 싹둑 베어 수확하기


9. 아욱 : 속 잎이 자랄 수 있도록 큰 잎 꺾어 수확해 주기. 새로 뿌린 씨앗 중 발아가 된 새싹 빽빽하지 않게 몇 개만 남기고 솎아주기



10.  잎우엉: 부드러운 속잎만 수확하기


11. 토란:  그냥 구경(10월 말에 뿌리 수확. 토란대 말리기)



11. 오늘의 텃밭 장보기 : 가지, 아욱. 새싹, 모닝글로리, 대파, 루꼴라, 고춧잎, 부추, 잎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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