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고양이들이 헛것을 봤나 이리저리 뛰며 잡기놀이를 한다. 뛰다가 내 마이크로소프트 인체공학 키보드를 엎었다. 윽.
고양이들의 소란 속에 남편의 칼질 소리가 들린다. 다시 눈을 감고 오늘의 메뉴는 뭘까 상상한다.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새어 나온다.
밖에나가서 오늘의 메뉴는 뭐냐고 물으니
"햄폭탄 유부 부대찌개야. 내가 만든 메뉴야."
김치찌개가 아니었다. 김치찌개와 부대찌개의 차이는 햄과 물의 양인가?
"햄폭탄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한번 먹어봐."
자신감 넘치는동문서답이었다.
아들이 '햄이 많은 부대찌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단다. 참 좋은 아빠다. 뭐가 먹고 싶다고 스치듯 말해도 유튜브를 보고 연구해서라도 뚝딱 만들어낸다. 본인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 오늘도 아침식사를 차려두고 7시 10분에 출근했다.
역시 한 냄비를 끓여놓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햄폭탄이 아니라 유부 폭탄이다.
유부를 제쳐보니 햄폭탄 맞다.
시어머님이 매번 담아주시는 총각무김치가 베란다에서 잘 익었다. 첫 개시를 해본다.
나는 텃밭에서 수확해 둔 루꼴라를 대충 썰어 초장을 뿌렸다. 요즘 매일 먹는 최고의 반찬이다. 오리엔탈 소스고 뭐고 초장이 최고다. 루꼴라는 이탈리아 열무 같은 샐러드란다. 피자에도 뿌리는 토핑이라는데 피자는 만들 줄 모른다. 겨자채보다는 약한 알싸함이 있고 식감은 열무보다 부드럽다. 건강에 정말 좋은 채소라고 한다. 텀을 두고 씨를 두 번 나눠 뿌려놓았더니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다.초보농부에게 쉬운 농작물 1위가 부추라면 루꼴라는 2위이다.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