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부족한 캠핑

by 자급자족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 핑을 왔다. 오늘은 지경 해수욕장 캠핑장, 내일은 하조대 캠핑장에 머무를 예정이다. 안정적으로 한 곳에 머무르면 좋은데, 남편이 두 캠핑장을 비교분석하고 싶단다.


애들 돌 때부터 캠핑을 다녔기에 딱 필요한 장비만 가지고 훌쩍 자주 떠난다. 아들이 남편보다 더 커서 이제는 텐트도 둘이 힘을 합쳐 뚝딱 친다.


얼마 전 루프탑 텐트도 중고로 팔고, SUV 차량도 폐차시켰다. 그동안 전국을 여행하는데 잘 활용했고,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줬다. 승용차로 바꿨음에도 딱 필요한 캠핑장비만 싣고 오니, 나름대로 괜찮다. 차량 내부가 아늑해져서 장거리 여행 시 승차감은 SUV보다 나은 것 같다.


중3 아들과 설거지를 함께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년 전과는 다른 캠핑장 분위기를 감지했다. 캠핑장비들이 화려해졌다는 거다. 게다가 캠핑카에 진심인 캠핑족이 늘었다. 어느 캠핑카는 너무 화려해 푸드트럭인 줄 알고 핫도그를 주문할 뻔했다.


중딩 딸내미가 화려한 풀셋 캠핑카들을 둘러보며 에어컨과 TV가 있어서 좋겠다고 "와~와~"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러다 이내 "에잇 그래도 캠핑 왔는데, 모기 한방은 물려줘야 낭만이지"라고 혼잣말하며 걷는다.


남편과 나는 여행에서 헛돈을 쓰는 걸 싫어한다. 여행 시 집 냉장고의 식재료와 튜브, 바다스포츠용 공도 챙겨 왔다. 이런 부분에서 척척 맞는다.


집 냉장고에 있던 닭갈비, 텃밭 깻잎과 고추, 대파, 쌈장, 배추김치, 고구마순 김치, 남은 과일 등을 싸왔다. 성능 좋은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듬뿍 채워왔더니, 저녁까지 신선하다. 여행지에서 냉털(냉장고 털이 음식)을 한다.


지경 해수욕장은 캠핑 데크 하나를 빌리는데 5만 원이다. 주변 민박은 1박에 20만 원 선에 형성되어 있다. 4인가족 무료샤워권을 제공하고 전용 마트에는 얼음부터 모기 스프레이까지 없는 게 없다.


남애3리 해수욕장이 초등 고학년 아이들 전용 놀이터쯤이라고 한다면, 지경해수욕장은 청소년에게 더 적합해 보인다. 수심 150cm의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수영장에서 수영 좀 배운 사람이라면 신나게 바다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해수욕장보다 덜 유명해서 이용객들과 부딪히지 않는다. 2박 3일 정도 캠핑을 곁들인다면 안정적으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발로 모래를 비비면 조개도 잘 잡힌다. 4시간 정도 조개를 해감 시키고 어묵탕을 끓였는데, 모래가 짜그락거린다.


오랜만의 야외취침, 깜빡하고 릴선을 안 가져왔다. 선풍기는 배터리에 의지하려는데, 다행히 선선하다. 조금 부족한 캠핑이지만, 족이 함께서 뭐든 괜찮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캠핑을 가본 기억이 없다. 두 아이를 낳고 새로 경험하는 것들이 많다. 아이들과 같이 자라는 느낌이다. 남편은 아마 딸 하나를 더 키우는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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