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까지 "쭉~ 발표를 하겠으니 나를심사해 주세요" 하고 첫 신고식을 한 거나 다름없다. 수많은 학생과 교수님 앞에서 발표를 했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내용을 발표하고 싶었다. 역시 지적이 많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소중히 정리해서 메일로 전송하고 잠시 잊었다.
대학 교정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이곳저곳에서 한국어보다 영어,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릴 정도다. 어느 한 강의실에는 중국인들로 꽉 차있다. 난 대학에만 오면 우리 집 아이들 영어교육 생각으로 다급해진다. 뾰족한 수가 없다.
발표 전 긴장되어 띠동갑 친정오빠에게 조언을 구했다. 오빠의 조언은 매일 같다.
"○○아, 너 하던 대로 해. 너 좋아하는 거 있잖아. 네가 제일 잘하는 거. 거기에 그 분야에 대해너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 있어? 네가 제일 잘할 것 같은데?"라고 한다.
도무지 내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것이 뭐란 말이지? 잊었다.아니 잃었다. 오빠는 항상 같은 조언을 한다. 아리송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지, 잘하는 게 뭐였더라 하며 곱씹게 하는 조언이다.
발표용 옷이 없어 어제 급하게 조끼를 샀다. 너무 두꺼웠는지 발표하며 땀을 한 바가지 쏟았다. 목이 타서 콜라 한잔만 마시고 집에 가려다 학생식당에 들러 돼지 불백을 시켰다. 역시 학식에는 고기양이 참 많다. 고생했기에 일단 뱃속에 넣고 가야겠다.
오늘 신고식을 치렀으니, 이제 시작점은 찍은 거다. 혼자 방황하지 않는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발표할 생각이다.나를 구워 먹든 쪄먹든 해라. 다 이겨낼 테고 나는 내 작품에 호기심을 갖고 최선을 다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