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일구다 보니 양배추가 농약 없이는 재배가 어려운 작물이란 걸 알았다. 마트에 진열된 뽀얀 상품이 되기 전까지의 전처리들이 떠오른다.
마침 옆에서 텃밭 경작하시는 분이 양배추 한 통에 3000원에 파신다고 했다. 친환경 저농약을 했고 해충방제를 위해 모기장 같은 한랭사 속에서 키운 양배추였다.
퇴근길에 양배추 한 통을 구입해 왔긴 하나 양배추의 미래가 그려진다. 이 귀퉁이 저 귀퉁이 썰어서 삶아 쌈 싸 먹다가 양배추의 존재를 잊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야채칸에서 발견하고는 칼이 닿은 검은 단면을 한번 더 썰어내어 몇 번 먹다가 질려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옮겨놓을 것이다.
텃밭표 양배추를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할 방법이 뭘까 생각해 봤다. 유튜브를 보니, 빨갛게 김치로 버무리거나 계란과 양배추로 부침개를 해먹기도 한단다. 양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청량감을 살릴 방법으로 양배추 물김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튜브 3~4개를 빠르게 본다. 같은 레시피는 없다. 하나의 레시피로 통합해서 만들어보았다. 레시피 짬뽕이라는 소리다.
1. 양배추 씻어 절이기
양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여러 번 헹군다. 굵은소금을 흩뿌려 절여놓는다. 무도 나박 썰기 하여 함께 절인다.
2. 야채 준비하기
사과 1, 배 1, 양파 1. 당근 조금, 청고추 2, 홍고추 2, 쪽파 한 줌, 편마늘 조금. 오이의 속을 파고 어슷 썰어 소금에 절여놓는다. 거의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이기에 사과 배만 구입하면 된다.
3. 양념물 만들기
찹쌀풀을 쑨다. 정수기 찬물을 많이 추가한다. 마늘청, 생강청, 고추청 각 한습순, 매실액 종이컵 한 컵을 넣는다. 멸치액젓 5스푼을 넣는다. 소금 두 스푼, 뉴슈가 한 스푼을 넣어 잘 젓는다.
통에 절인 양배추와 오이를 헹구지 않고 그대로 담고 야채 토핑을 뿌린다. 작은 체를 받치고 양념국물을 쪼르륵 따라 넣는다. 체에 걸러진 마늘 생강 찌꺼기들은 버린다.
납잡한 접시와 오목한 접시를 김치통에 포개어 넣는다. 뒷베란다에 이틀 숙성하여 냉장고에 넣는다. 사이다를 넣지 않았음에도 톡 쏘는 청량감이 있다고 한다. 생애 첫 양배추 물김치이기에 아직 맛보기 전이다. 맛없으면? 재료본연의 맛으로 먹으면 된다. 양파, 고추, 오이, 당근, 양배추가 텃밭표이고 매실액, 생강청, 고추청 마늘청이 홈메이드이기 때문에 원재료 맛으로 먹어도 문제없다.
매일 직장 점심도시락을 싸간다. 점심에 탄수화물은 먹지 않는다. 달걀이나 두부구이에 곁들일 사이드 반찬으로 양배추 물김치 한통씩 싸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