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떠서 부엌으로 나오면, 식탁 위나 인덕션 위에 꼭 요리 하나가 되어있다. 서울 반포 어디엔가 조식 아파트가 있다는데 안 부럽다.
오늘은 유부초밥과 계란국이다. 남편은 딸그락 거리는 요리를 끝내자마자 출근 준비를 한다. 간간이 중 1 딸에게 기말고사 시험 범위중 사회교과 법 파트를 읽어오라고 신신당부한다. 직장에서 출제 예상 문제를 뽑아오려나보다.
요즘 퇴근하면 일찍 깜깜해지고 아침에는 너무 늦게 밝아진다. 그리고는 출근해서 8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해를 볼 시간이 없다. 의식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지만, 온몸으로 해를 맞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울해지기 딱 좋은 나날이다. 그럼에도 매일 남편이 해두고 가는 아침식사에 힘내야겠단 생각을 한다.
아침식사를 볼 때마다 '나는 이 가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남편은 이걸 왜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자동적으로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것 같다.
"딸은 낳아 뭐 하냐, 딸이 공부해서 어디에 쓰냐"는 집에서 6남매의 다섯째 딸로 자란 나는 남편이 참 신기하다. 남편집도 아들을 딸보다 귀히 여겼다는데 어찌 저리 사람이 가정적인지 모르겠다. 대학 입학 전까지 깊은 산골짜기 마을에 살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남편이 살림하는 세상'으로 바뀌어버린 건가...
피곤하고 피곤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남편 덕에, 가족 덕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