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새우를 잡으러 저수지에 왔는데 비가 와서 잘 안 잡힌다는 거다. 오빠는 수도권에 사는 동생들에게 민물새우를 한통씩 구워서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우를 어떻게 해 먹는지도 모르지만, 오빠가 동생들 챙긴다고 그만 고생했으면 한다. 장남으로서 희생은 충분하다.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맑은 샘물에서 민물새우를 쓸어 담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민물새우로 토하젓을 담곤 했다. 소화가 되지 않을 때 토하젓 비빔밥을 먹으면 소화가 한방에 된다고 들었다. 살면서 소화불량을 겪어보지 않아 토하젓의 효능을 검증해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한다.
오빠는 20대 때부터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다. 주말에는 부모님께서 사시던 빈집에 들러 주말 농사도 짓고 대나무 죽순도 따고, 마당에서 별도 보며 지내다 온단다. 부모님 집이 남향집이 아니어서 노후에 추우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한다. 서울 근교에 큰 집을 지어 친정 형제들을 다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
대학시절, 주로 기숙사생활을 했지만, 오빠 신혼집에 1년 정도 얹혀 산적이 있다. 오빠만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시리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편이 되어주었다.지금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고 싶은데.. 직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못한다.
얼마 전에는 부모님 집 뒤편 대나무밭에서 어린 죽순을 따서 택배로 보냈다. 죽순 한 상자가 아직 냉동고에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해 먹는지 모른다. 다만 동생들 보내준다고 몇 날 며칠을 삶고 얼렸을 모습이 떠올라 먹지도 못하겠다.
고민이 있을 때면 어느 때나 오빠에게 전화를 한다. 사투리를 섞어가며 쏟아내면 오빠는 항상 "○○아! 너 하던 대로 해. 네가 제일 쉬워하는 거, 네가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 너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조언한다. 아리송한 상담을 해주고 나중에 소고기를 사라고 한다. 오빠에게 소고기를 열 번도 더 사야 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