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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Oct 24. 2024

오빠의 민물새우와 죽순

친정 6남매 가족단톡방에 띠동갑 친정오빠가 메시지를 올렸다.


민물새우를 잡으러 저수지에 왔는데 비가 와서 잘 안 잡힌다는 거다. 오빠는 수도권에 사는 동생들에게 민물새우를 한통씩 구워서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우를 어떻게 해 먹는지도 모르지만, 오빠가 동생들  챙긴다고 그만 고생했으면 한다. 장남으로서 희생은 충분하다.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맑은 샘물에서 민물새우를 쓸어 담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민물새우로 토하젓을 담곤 했다. 소화가 되지 않을 때 토하젓 비빔밥을 먹으면 소화가 한방에 된다고 들었다. 살면서 소화불량을 겪어보지 않아 토하젓의 효능을 검증해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한다.

오빠는 20대 때부터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다. 주말에는 부모님께서 사시던 빈집에 들 주말 농사도 짓고 대나무 죽순도 따고, 마당에서 별도 보며 지내 온단다. 부모님 집이 남향집이 아니어서 노후에 추우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한다. 서울 근교에 큰 집을 지어 친정 형제들을 다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


대학시절, 주로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오빠 신혼집에 1년 정도 얹혀 산적이 있다. 오빠만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시리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편이 되어주었다. 지금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고 싶은데.. 직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못한다.


 얼마 전에는 부모님 집 뒤편 대나무밭에서 어린 죽순을 따서 택배로 보냈다. 죽순 한 상자가 아직 냉동고에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해 먹는지 모른다. 다만 동생들 보내준다고 몇 날 며칠을 삶고 얼렸을 모습이 떠올라 먹지도 못하겠다.

고민이 있을 때면 어느 때나 오빠에게 전화를 한다. 사투리 섞어가며 쏟아내면 오빠는 항상 "○○아! 너 하던 대로 해. 네가 제일 쉬워하는 거, 네가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 너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조언한다. 아리송한 상담을 해주고 나중에 소고기를 사라고 한다. 오빠에게  소고기를 열 번도 더 사야 할 처지다.


살면서 언제든 사투리를 쏟아내며 뒷담 할 수 있는 친정오빠와 언니들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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