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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Oct 25. 2024

남편의 매운 어묵볶음

오늘 아침, 남편표 반찬은 매운 어묵볶음이다. 아침에 칼질 소리는 대파를 써는 소리였나보다.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을 정도로 프라이팬 한가득 해놨다. 오늘부터 72시간 단식하려 했는데.. 글렀다. 저녁 도시락까지 2개 싸서 출근해야겠다.


매운 어묵볶음은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하시던 모내기 반찬이다. 핵심은 고춧가루와 대파다. 고추 파기름만 만들면 그 누가 요리해도 맛있게 된다.


먼저 프라이팬에서 파를 볶아 풍미가 가득한 파기름을 만든다. 고춧가루를 조금 투하하여 고추 파기름으로 만든 후 양파, 어묵, 다진 마늘, 간장, 설탕 넣어 볶으면 어묵볶음 끝.


남편은 원래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 오늘은 아욱된장국에 밥을 말아 매운 어묵 먹고 출근한다. 남편은 하루종일 민속촌 체험학습 인솔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한다. 중등 남학생들을 데리고 많이 걸어야 하기에 식사를 하고 가야 한단다.


남편은 서울 사범대에서 주요 교과 전공을 했다. 공립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교육청 장학사 6년을 거쳐 지금은 중등학교 교감으로 일하고 있다.


교사시절, 학교폭력 담당 부장을 7년 했다. 학폭업무로 잘못 없이 소송도 당했다. 한동안 탈모도 겪고 고생을 좀 했다. 옆에서 보기에 정직하게 일하는 남편이 안타까웠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이겨내고 지금은 애들 키우며 활력을 찾았다.


오늘도 남편은 아직 자고 있는 애들을 위해 아침밥을 차려두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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