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생님

8장. 엄마의 뒷모습(초안)

by 전대표

"오, 김민재! 책 잘 읽는 아이!"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몇몇 아이들이 달려와서 놀려댔다. 대개 딱지치기로 민재에게 딱지를 잃은 녀석들이었다.

"용기있는 아이, 김민재! 어디 한 번 더 용기 있게 책을 읽어보시지!"

"하지 마라. 기분 나쁘다."

민재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부진 체형, 컬컬한 목소리는 민재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민재가 한껏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이들은 겁먹지도, 울지도 않았다. 딱지를 잃은 수모를 지금에서야 풀겠다는 심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야, 김민재! 너 쉬는 시간에 딱지 사러 갔다 왔다며? 선생님한테 다 이른다!"

"야 제갈미선, 너 선생님한테 이르기만 해봐!"

"이르면 뭐? 지가 뭐 어쩔껀데? 흥! 별꼴, 세모꼴, 네모꼴이야!"

새침떼기 미선이가 혀를 삐쭉 내밀고 민재를 흘겨봤다. 비웃음이 가득 서려 있는 눈빛이었다. 가만히 숨을 고르는 민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미선이가 민재에게 일갈을 던졌다.

"아 참, 니네 엄마 외국 사람이지? 혹시 아프리카 쌔깜둥이 아니니?"

그 순간, 민재의 주먹이 날아갔다.


엄마는 여자다.

엄마가 아빠에게 맞을 때, 민재는 생각했다. 엄마는 여자라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나는 절대 아빠처럼 여자를 때리지 말아야지. 나는 절대 여자를 때리지 말아야지.' 아빠가 엄마를 때린 날, 민재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세상이 잠든 그날 밤, 조용히 방 문이 열렸다. 민재는 인기척에 잠이 깼지만 가만히 누워 있었다. 엄마였다.

민재는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잠에서 깨어나 엄마의 얼굴을 보면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엄마가 손을 뻗어 민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엄마가 아주 따뜻한 손으로 민재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때, 민재는 울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처음 봤다. 어둠 속에서 엄마는 울고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비춰진 엄마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기에, 눈물이겠거니 짐작할 따름이었다. 민재는 실눈을 뜨고 소리 죽여 우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소리 죽여 울던 엄마는 조용히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다시 어두움이 민재를 감싸안았다.


"아니 아저씨, 집에서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에요? 여자애가 장 파열이라도 되면 어떻할려고 배를 그렇게 때려요?"

"죄송합니다.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아니, 교육이고 나발이고 간에 이건 기본이 안된 거잖아. 아무리 어린애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무슨 깡패도 아니고 말이야. 무슨 부모란 작자가 자식 교육을 이따위로 시켜! 정신 나갔어?"

상대방은 새침떼기 미선의 엄마였다. 아빠가 새침때기 미선이 엄마 앞에서 한마디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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