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 지하철

by 전대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지만 아무렇게나 발을 내딛고 섰다가는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곳인데, 종종 얼빠진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서있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찬란한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기도 하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는 불상사가 발생되기도 하는 곳이라서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으나 전연 없으면 이제는 아예 살 수 없는 시대의 고물이면서도 시대의 역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기구에는 이마가 넓은 불나방이 마치 불이 가진 주홍색 영롱함이 꽃의 동료이거나 애틋한 동반자인 줄 착각하고 장렬하게 달려들어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고 날개를 퍼덕이며 구원의 날갯짓을 공기 속으로 보내며 흙과 모래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사표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가족사진과 일그러진 꿈을 들고 올라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쇠붙이가 놓여 있어서 등에 태우고 움직이며 달팽이관의 미세한 주름이 떨리면서 신경을 자극하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는데, 세상과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딱히 그러하지도 않고 절반 정도만 분리되어 있는 생명력 없는 누에고치와 같은 역할을 하며 하루에도 수백 번씩 다양한 사랑의 형태와 꿈의 과실을 가진 젊은이부터 하데스 강의 나룻배를 정처 없이 기다리는 음흉한 노인네의 세 다리까지 무심히 품고 종종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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