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간관리 문화는 유명하다. 일상적인 관습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사상과 문화 속에 뿌리 깊게 내려진 DNA 같다. 일본에서 <정시 도착>, <약속시간 5분 지각>, <열차 지연>과 같은 경우는 매우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나 조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위험한 일에 가깝다.
소설을 연달아 2권 출간하고, 새로운 소설작품을 쓰고, 역사전문도서를 집필하고,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면서 회원 트레이닝을 하고, 강의를 하고, 회사생활에 집중하고, 논문을 연구하고, 자격증을 2개 준비하고, 퇴근 이후에는 육아를 하고, 틈틈이 칼럼도 쓰는 지금의 일상은 20대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시간관리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고 깨달은 것도 서른이 넘은 어느 무렵이었다. 영원히 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 시점부터 시간관리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20대 때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세밀하게 시간을 정리해서 활용했고 30분 단위로 업무를 정리했다. 바쁠 때는 바쁜 대로 소홀히 할 때도 있었지만, 흘려보내는 시간이 없도록 시간을 관리했다.
시간관리를 하면서 얻게 된 것들은 많이 있는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명확한 선이 그어진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른 데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퇴근 이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육아, 원고작업, 운동, 고전탐구, 자격증 준비 등으로 좁혀졌는데, 그 외에 해야 할 일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정리되었다. 월수금, 화목으로 나누어서 일정을 조절하기도 하고, 토요일에 해야 할 일과 일요일에 해야 할 일도 나누었다. 이를테면 월, 수, 금 새벽시간은 헬스장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면서 글쓰기 강의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목요일은 새벽에 서양고전 탐구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면서 저녁에는 기업가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일상이 완전히 틀어져버릴 수 있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바쁜 하루>라는 점에서 바쁘게 사는 것은 무척 좋은 습관이지만, 그것보다 좋은 것은 촘촘하게 시간관리를 해서 바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는 것, 그래서 <여유롭게 바쁜 하루>를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냥 바쁜 일상 속에서 매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선별적 바쁨>을 통해 여유를 갖는 한편 일의 성과를 높이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조직에 있어서나 훨씬 효율적이고 능률 또한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