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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과 숙면

by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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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머리만 대면 잠드는 편인 데다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 성격이라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으로 감내해야 하는 불면증이 아닌 이상, 불면증은 적절한 운동과 좋은 습관으로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불면증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물다섯의 어느 무렵, 새벽 2시만 되면 잠에서 깨어나 2시간 동안 잠이 들지 않은 적이 2주 정도 있었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새벽 시간이었기에 의아했다. 그 2시간 동안 책을 읽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는 즐거움을 배웠다. 2주가 지나면서 새벽에 잠에서 깨는 경험도 사라졌다. 그리고 마흔 언저리가 되던 지난 얼마간 비슷한 경험을 또 했다. 새벽 1시 반에서 2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나 2시간 정도 잠이 들지 않았다. 잠들기 위해 뒤척이기보다는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랬다. 사업 생각,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출간하게 될 원고 생각,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의 의미, 가족이 나에게 주는 행복 등등.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잠이 쏟아졌다. 20대와 30대 때의 나는 평균 5시간에서 6시간 잠을 잤는데, 요즘은 평균 8시간 잠을 잔다. 너무 많이 자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잠을 잘 잔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서 불면증을 없애는 방법은 모르지만, 잠이 잘 오는 방법은 안다. 저녁 8시 이후엔 서재의 스탠드 등과 수면등을 제외하고 모두 소등함으로써 집안 전체를 어둡게 만든다. 잠들기 전과 기상 직후에는 TV나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으려고 노력하고, 9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침실의 커튼은 외부 불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암막 커튼을 신혼 때부터 사용하고 있어서 소등한 순간 완전한 암흑이 되고, 지역 특성상 바깥에서 오는 소음도 거의 없다. 아주 적막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름의 숙면 습관을 들이는 데 있어서 독서습관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하고 공부하는 즐거움은 무척 컸는데, 간밤에 깊은 숙면에 들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독서하고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른 아침에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 숙면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었고, 덕분에 이른 저녁부터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생겼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스펙 쌓기보다는 건강자산과 근력자산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대다.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갖춘다면 살아남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독서에 착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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