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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는가

by 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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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핵심은 사색이다. 독서의 핵심 역시 사색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글쓰기는 창조의 영역이고, 독서는 이해의 영역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는 글쓰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저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데요.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밖에. 반면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글쓰기만큼 쉬운 게 없다. 이마에 피가 맺히도록 사색하는 것을 즐거워하는데, 그 사색마저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활자중독이라고 일컬을 만큼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도 있다. 집, 사무실, 서재에 적게는 수백권에서 많게는 수만권, 수십만권의 책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책을 읽는 행위가 고통이 아니라 중독인 것이다. 그들에게 축구, 배구, 농구, 골프, 등산을 하라고 한다면, 모르긴 해도, 평소 운동에 대단한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아닌 바에야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어려워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은 작가지망생은 많지만, 작가는 없는 시대다. 책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책은 없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사색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범람하는 SNS에 노출되어 사색이 사라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대인 셈이다. 관련한 트랜드에 발맞춰 다양한 메모, 글쓰기 앱이 등장하고 글쓰기에 최적화된 앱인 스레드도 출시 4일만에 1억명의 사용자가 생겼고,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수 2억명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출판시장은 수십년 전에 비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독서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쓰여진 원고, 즉 제대로 쓰여진 글이 필요하다. 제대로 쓰여진 글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과 탁월한 사고력도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수사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일반적으로 글로 쓴 것은 읽고 쉽고 말하기 쉬워야 하는데, 둘은 같다.'(-수사학 3권 5장 정확성) 읽고 쉽고 말하기 쉬운 글, 모든 글쓰기의 시작점이자 모든 독서의 시작점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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