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돈의 시대가 원하는 것은

by 전대표
tk-qJDkJRTedNw-unsplash.jpg

예술을 전공한 지인에게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글만 써서 밥 벌어먹고살자니 부담스럽고, 챗GPT니 AI를 외쳐대는 세상에서 너도나도 책을 쓰고 출간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가상 가수와 가상 화가가 작품을 출시해서 전시회를 갖고 콘서트를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나만의 무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답은 간단했다. 예술과 철학은 정해진 답이 없는, 가장 고차원적인 수준의 정신세계를 다루는 학문이므로 절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깊게 파고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은 일체의 획일적인 기준을 타파한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와 혁신에만 집중한다. 기업가에게 있어서 파괴적 혁신에 관련한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Clayton Christensen은 "우리는 전동 드릴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구멍을 뚫을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구멍을 뚫을 수만 있다면 드릴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파괴적 혁신의 핵심을 이야기하는 일례다.


지식위주의 사회에서 단순한 지식만으로 밥벌이를 하기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어 버린 지금, 혼돈의 시대 역시 예견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 달에 불과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만 임금을 제공해 주면 박사학위를 가진 지식노동자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chatGPT가 상용화된 시대가 도래했고, 계란을 깨트리지 않고 옮길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낯선 사람을 향해 짖고 공격하는 도그봇도 만들어진 지 오래다. 어린이를 위한 과학기술관에는 투명한 수족관의 유리에 부딪히지 않고 유유히 헤엄치는, 실제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투명한 로봇 물고기도 있다. 대단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로봇 물고기 정도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기술력을 암시하는 듯하다.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관련 분야와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드를 짤 수 있는 코딩 교육, 명령 프롬프트를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래밍 기술도 그렇고, 인간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심리학적 이론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남들이 모르는 뛰어난 기술 하나 둘 정도는 갖추고 있으면 확실히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법이다.


추가로 한 가지 더. 그에 앞서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리더십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슈퍼컴퓨터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심지어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르다는 양자컴퓨터도 등장한 지금, 인간이 가진 지식으로 혁신을 꾀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기에 지금은 지식으로 무장한 리더보다는,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정확한 목표의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감성적 리더 Emotional leader가 훨씬 더 크게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본다.


세계 최고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고, 법을 공부하는 법조인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설문을 연구하는 정치가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는다. 역사가들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Histories를 읽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 때면 돈키호테를 찾는다. reader가 leader가 되는 건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칙이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5화어떻게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