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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Oct 24. 2019

그럼에도 새벽은 온다, Apesar de Voce

브라질 가사번역

울고자 하는 닭을 금지시킬 수 있는가?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국사의 가장 어두웠던 밤에 민중에게 남은 무기란 노래뿐이었습니다. 숨죽여 부르는 노래는 거리로 나와 함성이 되었고 독재자들은 뒤늦게 두려움에 떨며 금지곡을 지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노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노래를 금지하는 것은 말을 금지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런 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전체주의의 상징, 땅크부대


우리와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 브라질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1964년 쿠데타를 시작으로 1985년까지 브라질은 군부(junta)의 지배 하에 놓여 있었습니다. 무려 다섯 명의 장군들이 (미국의 조용한 동의 하에) 21년 동안 정권을 잡았고, Ato Institutional이라는 개정헌법을 발표해 국회를 폐쇄하고 사실상 절대권력을 누렸습니다. 군부는 곧 비밀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시위대와 '불온사상가'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여 고문하기 시작했고 서슬퍼런 독재의 칼날 앞에 대부분은 굴종을 택하거나 도망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1970년, 이탈리아로 피신했다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은 작곡가 Chico Buarque는 갈수록 악화되는 정국을 한탄하며 이 노래를 썼습니다. 검열관들 앞에서 그는 '노래의 주제는 자꾸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여자에게 지친 남자가 하는 말이다'라고 교묘하게 둘러댔고, 목마르다고 물 좀 달라는 노래도 검열하는 모 국가와는 달리 브라질의 검열관들이 시적 감수성이 결여되었던 모양인지 이 노래는 무사통과하여 라디오 공영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Chico Buarque는 그 후에도 검열관들을 여러번 더 엿먹이게 됩니다.


숨겨진 뜻을 뒤늦게야 깨달은 정부는 음반을 압수하고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했지만, 이미 자유를 원하는 민중의 뇌리에 노랫말이 깊이 박힌 뒤였습니다. 이 노래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이중적 표현으로 교묘히 숨겨놓은 브라질의 대표적인 저항가요이며, 어두웠던 브라질 역사의 한 단면을 장식한 명곡입니다.


P.S. 하루는 공연에 놀러온 브라질 사람들과 뒷풀이를 하다가 이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 같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끝나고 나니 남자 둘이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Apesar de Voce는 브라질 국민들이 너무 아끼는 노래이고 그걸 한국인이 알고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며 노래를 불러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역시 음악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Apesar de Voce - Chico Buarque


Amanhã vai ser outro dia
Amanhã vai ser outro dia...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


Hoje você é quem manda
Falou, tá falado
Não tem discussão, não
A minha gente hoje anda
Falando de lado e olhando pro chão, viu?
Você que inventou esse estado
Inventou de inventar
Toda escuridão
Você que inventou o pecado
Esqueceu-se de inventar o perdão
오늘날 당신은 명령만 하지
'다 끝난 얘기'라 말해
아니, 토론도 소통도 안 돼
사람들은 요즘 옆을 보며 주절주절하고
땅만을 쳐다보며 다니지, 봤어?
이 상태*를 만들어낸 당신은
어둠으로부터 모든 걸 만들어냈지
죄를 만들어낸 당신은
용서를 만들어내는 것도 잊어버렸어
(*Estado는 상태 말고도 국가로서의 state라는 뜻도 있는데...여기서 무얼 가리키는지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Apesar de você
Amanhã há de ser outro dia
Eu pergunto a você onde vai se esconder
Da enorme euforia?
Como vai proibir
Quando o galo insistir em cantar?
Água nova brotando
E a gente se amando sem parar
당신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 와야만 해
난 당신에게 묻겠어,
이 거대한 황홀감으로부터
어디에 숨으려 하는지?
울고 싶어하는 닭을
어떻게 금지시키려 하는지?
새로운 물이 흐르면
우린 쉼 없이 사랑할 텐데!


Quando chegar o momento
Esse meu sofrimento
Vou cobrar com juros. Juro!
Todo esse amor reprimido
Esse grito contido
Esse samba no escuro
Você que inventou a tristeza
Ora tenha a fineza
De "desinventar"
Você vai pagar, e é dobrado
Cada lágrima rolada
Nesse meu penar
그 날이 오면
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 주겠어
맹세코!
이 억압당한 모든 사랑
갇혀 버린 외침
어둠 속의 삼바
당신이 이 슬픔을 만들어냈으니
이젠 부탁컨대 다시 없애줘
당신은 반드시 값을 치르게 될 거야, 갑절로,
내가 이 고통 속에서 흘린 눈물 만큼!


Apesar de você
Amanhã há de ser outro dia
Ainda pago pra ver
O jardim florescer
Qual você não queria
Você vai se amargar
Vendo o dia raiar
Sem lhe pedir licença
E eu vou morrer de rir
E esse dia há de vir
Antes do que você pensa
당신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 와야만 해
나는 당신이 원치 않았던
저 정원에 꽃이 피는 것을
돈을 내고라도 보겠어
당신은 언젠가 당신의 허락 없이
저 동이 터오는 것을 보며
성을 낼 테고
그걸 보는 난 웃겨 죽을 거야
그 날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테니까!


(Apesar de você)
Apesar de você
Amanhã há de ser outro dia
Você vai ter que ver
A manhã renascer
E esbanjar poesia
Como vai se explicar
Vendo o céu clarear, de repente
Impunemente?
Como vai abafar
Nosso coro a cantar
Na sua frente
당신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 와야만 해
당신은 새 아침이 밝아오며
시로 흘러 넘치는 광경을
언젠간 봐야만 할 거야
하늘이 갑자기, 뻔뻔할 정도로* 맑아지는 저 광경을
어떻게 설명할 테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합창은
어떻게 틀어막을 테고?
(*Impunimente: 처벌을 받지 않은 채로 라는 중의적 뜻으로 쓰였습니다)


Apesar de você
Apesar de você
Amanhã há de ser outro dia
Você vai se dar mal, etc e tal
La, laiá, la laiá, la laiá
당신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 와야만 해
당신의 좋던 날도 이제 끝나 가
라라라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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