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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Feb 23. 2020

달동네의 인구조사, Recenseamento

브라질 가사 한국어로 읽기

 우리 집은 가난할지라도, 빌린 돈 한 푼 없어요


파벨라에 사는 가족


2010년 브라질 인구조사에 따르면, 히우 지 자네이루 인구의 22%가 파벨라(빈민촌)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나이 드신 분들은 기억할지 모르지만(무등산 타잔이라던지...), 식수나 전기처럼 기본적인 시설도 없고 주민들이 사무소에 등록도 안되어있는 빈민촌은 그야말로 국가의 울타리 밖에 위치한 제3의 공간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노래 "인구조사"는 통계청에서 인구조사를 하러 나온 조사관에게 싱글맘이 자신도 엄연한 브라질 시민이라고 떳떳하게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카르멘 미란다에게 곡을 써준 Assis Valente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가사가 길고 어려워서 이제야 번역해 봅니다. 이 노래를 이해하려면 194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30년 집권해 45년까지 독재한 바르가스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들을 계몽해서 새나라의 일꾼으로 만들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요와 문학 등을 이용해 출근하는 시민이 진짜 시민이고 나머지는 실격자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려 했기 때문에, 40년대에 나온 노래들 중에는 브라질의 아름다움과 근면성실의 중요성을 찬양하는 건전가요(Samba-exaltação)가 많았습니다. 이 Recenseamento도 겉으로 보기에는 건전가요 같지만, 한편으로는 시민과 비시민을 억지로 나누려 하는 정부를 돌려서 비판하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파벨라에서 가난하지만 악기를 두드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엄연한 브라질 시민이라는 것입니다.


Recenseamento - Sonia Santos


Em 1940
Lá no morro começaram o recenseamento
E o agente recenseador
Esmiuçou a minha vida
Que foi um horror
E quando viu a minha mão sem aliança
Encarou para a criança
Que no chão dormia
E perguntou se meu moreno era decente
Se era do batente ou se era da folia

1940년

저기 달동네에 인구조사가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조사관은

내 인생을 부서뜨려 버렸죠, 세상에

그는 반지 없는 내 손을 보고

바닥에서 자고 있는 내 아이를 보고는

우리 갈색머리 아이가 번듯한 시민인지,

직장인인지 아니면 한량인지 물어보았어요


Obediente como a tudo que é da lei
Fiquei logo sossegada e falei então:
O meu moreno é brasileiro, é fuzileiro,
é o que sai com a bandeira do seu batalhão!
A nossa casa não tem nada de grandeza
Nós vivemos na fartura sem dever tostão
Tem um pandeiro, um cavaquinho, um tamborim
Um reco-reco, uma cuíca e um violão

나는 모든 법을 잘 지켜왔기에

금방 안정을 되찾고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우리 아이는 브라질 시민이고요, 소총병이고요,

대대의 깃발을 들고 행진해요!(1)

저희 집은 대단할 것이 없답니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지만

1원도 누구에게 꾼 적 없어요

우리는 판데이루, 까바끼뉴, 땅보링,

헤쿠-헤쿠, 꾸이까와 기타가 있어요(2)


Fiquei pensando e comecei a descrever
Tudo, tudo de valor
Que meu Brasil me deu
Um céu azul, um Pão de Açúcar sem farelo
Um pano verde e amarelo
Tudo isso é meu!
Tem feriado que pra mim vale fortuna
A Retirada da Laguna vale um cabedal!
Tem Pernambuco, tem São Paulo, tem Bahia
Um conjunto de harmonia que não tem rival

나는 생각하다가, 브라질이 나에게 준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 부스러기 없는 설탕빵 산(3)

초록과 노란색의 옷감

모두 나의 것이지요!

브라질의 휴일들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라구나의 후퇴"는 가치 있는 작품이지요!(4)

페르낭부쿠, 상파울루, 바이아

비교할 데가 없는 화음의 집합


해설:

1. 겉으로만 보면 화자의 자녀는 브라질 군대의 소총병인 것처럼 들리지만 카니발 행진에서도 동일한 용어를 사용합니다(bandeira: 쌈바스쿨의 깃발, batalhão: 카니발 행진에서의 집단). 아마 그는 쌈바스쿨의 댄서였을 것입니다.

2. 판데이루: 탬버린에 가죽을 씌운 브라질 전통 타악기

까바끼뉴: 우쿨렐레 사이즈의 작은 4현 기타

땅보링: 손에 들고 치는 작은북

헤쿠-헤쿠: 빨래판처럼 긁으면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

꾸이까: 북 안에 달린 나무 막대기를 문질러서 창문 닦는 소리를 내는 특이한 악기

3. 케이블카가 다니는 히우의 랜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4. 라구나의 후퇴는 1867년 파라과이를 침공했던 약 3,000명의 브라질 군대가 열병과 보급 부족 등으로 처참하게 패배하고 700명 정도만이 살아서 돌아왔던 역사적 사건을 가리킵니다. 당시 종군했던 작가 Taunay는 참혹한 죽음의 현장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나가는 군인들의 용맹함을 글으로 남겼습니다. 1871년 그의 기록을 엮어 출간된 동명의 책 "라구나의 후퇴"는 브라질 군대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해 국가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1938년에는 바르가스 대통령에 의해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이 쌈바 노래에서 난데없이 "라구나의 후퇴"가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브라질 정부가 동 작품을 정훈교육 자료로 두고두고 우려먹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집에 들어온 정부 관리에게 뜬금없이 "저 배달의 기수 엄청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화자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조사관에게 반어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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