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길의 끝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아침 러닝이었다. 달리기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넓은 풍경을 바라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 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은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리다 보면 여러 생각들이 문득문득 스치는데, 대부분 금세 사라진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이곳을 달리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풍경은 끝없이 뻗은 길, 그를 감싸는 광활한 대지와 하늘.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차도 어쩌다 한번씩 지나갈 뿐이다. 망망한 자연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바쁘게 움직이던 내 눈이 멈추는 곳은 앞에 놓인 길의 소실점이다. 그 곳은 언제나 내가 달려가야 할 곳이며, 다음 순간의 출발점이 된다.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임에도 난 결국 이끌리듯이 그곳을 쫓는다. 열심히 달려가 그곳에 선 나는 오는 동안 보았던 풍경의 아름다움과 어느새 그곳까지 왔다는 성취감에 젖어 또다시 앞에 놓인 소실점을 바라본다. 계속 가고 싶은지, 힘들지는 않은지, 앞으로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하지만 그만 돌아서서 가야 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달리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친다.
끝없이 뻗은 길은 나에게 두가지 선택권을 준다.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돌아갈 것인가. 무한한 자유를 가진 나는 그 중에서조차 선택을 유보한다. 길의 소실점을 향해 달리면서 계속 나아가고자, 그에 따라 계속 멀어지는 소실점을 보면서 돌아가고자 한다. 이는 동시진행이다. 반대되는 두 생각이 끊임없이 함께 들어 마치 아무 생각이 없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것이 현실이 된다. 결국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끝없이 뻗은 길을 마주한다.
때로는 그 생각들이 사라지기 전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길의 끝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오래도록 그 필요성을 느껴왔지만, 막상 그 상황 속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선택을 유보하는 습관이 있다. 무한한 자유를 느끼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 자유는 나를 다시 선택의 기로 앞에 놓는다. 고요한 시골길 위에서 나는 정신없이 눈을 굴리며 가슴 벅찰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담으려 한다. 눈이 멈출 수 있는 곳은 오직 앞에 놓인 길의 소실점. 그곳을 바라보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모여들어 마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이끌리듯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 그렇게 계속 다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