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초름 May 01. 2024

상실의 나무

저는요,

3년 전의 제가 쉽사리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요,

제 모습이야 기억이 나지요!


그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대학 동기들과 술을 진탕 먹고서 길가에서 찍은 사진을 입력한 채로

그것이 마치 제 눈알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니까요.


눈알 밖의 세상은 10년이고 20년이고 가지를 쳐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안의 나는 당최 어떤 나무였나요.


바람이 불어오니 눈이 시렵덥니다.

오른쪽 눈은 뜨거워질 줄 몰라 감아버리어요.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15년 전으로 돌아가,


눈이 부셨거든요.

차갑게 발광하는 모래알, 우유 섞인 하늘,

빨간 손잡이를 가진 쇠삽에 입 맞추던 우리 오빠.

주황빛 햇살이 쇠삽에 문을 두드리니 그 앞의 나는,


어쩌면 기억은 아픔으로부터

그렇게 송두리 째 뽑힐 수밖에는 없나 봅니다.

땅 안에 버팅기던 뿌리 조각은 금세 기력을 잃고.

이전 06화 흥보놀보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