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3년 전의 제가 쉽사리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요,
제 모습이야 기억이 나지요!
그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대학 동기들과 술을 진탕 먹고서 길가에서 찍은 사진을 입력한 채로
그것이 마치 제 눈알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니까요.
눈알 밖의 세상은 10년이고 20년이고 가지를 쳐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안의 나는 당최 어떤 나무였나요.
바람이 불어오니 눈이 시렵덥니다.
오른쪽 눈은 뜨거워질 줄 몰라 감아버리어요.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15년 전으로 돌아가,
눈이 부셨거든요.
차갑게 발광하는 모래알, 우유 섞인 하늘,
빨간 손잡이를 가진 쇠삽에 입 맞추던 우리 오빠.
주황빛 햇살이 쇠삽에 문을 두드리니 그 앞의 나는,
어쩌면 기억은 아픔으로부터
그렇게 송두리 째 뽑힐 수밖에는 없나 봅니다.
땅 안에 버팅기던 뿌리 조각은 금세 기력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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