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은이가 엄마를 데리고 홍콩에 다녀왔다고 했다. 하필 여행 내내 비가 내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덥고 습한 날씨에 홍콩은 무리인 것 같다며. 특히 지은이는 자책을 많이 했다.
공항에서 내려서 호텔까지 캐리어를 들고 20분 동안 걸었는데 엄마가 힘들 걸 예상하지 못했다거나,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길을 잃어서 한 시간을 넘게 헤매었다거나,
갱년기로 우울해하던 엄마를 이제야 신경 쓰는 게 한 발 늦은 것 같다거나,
울먹이고 있었다.
슬펐다. 지은이의 어머니가 부러워서 슬펐다. 우리 엄마도 나 같은 딸 말고, 지은이 같은 딸이 있었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하지만 우리 엄마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니까 지은이가 엄마의 딸이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슬픈 것이다. 나 같은 못난 딸이 제일 좋은 딸인 줄 알고 살아가는 바보 같은 엄마가 불쌍한 것이다.
자책하는 지은이 앞에서 지은이의 어머니는 딸이랑 다녀서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추억이 생겨서 좋다고 웃어주었단다.
모성애는 대체...
우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나도 몇 달 전 엄마와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는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한 꿈같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후회스러운 일들 뿐이다. 길을 찾지 못하겠다고 애먼 엄마에게 짜증 낸 것, 기념품을 너무 많이 사면 캐리어에 못 담는다고 혼낸 것, 사진을 잘 못 찍어준다고 구박한 것.
엄마는 나 같은 딸이랑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불쌍한 우리 엄마.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엄마를 불행하게 하고 있다.
엄마, 엄마아아아.
미안해.
이제 정말 잘하겠다고, 매번 거짓말해서 미안해.
우리 엄마. 엄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