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시절인연

그때, 그곳, 그 사람

by 손익분기점

요즘 부쩍 주변에서 이별 소식이 들려옵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이 남이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영원할 줄 알았던 친구와 말 못 할 오해로 멀어졌다는 씁쓸한 이야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우리가 살아온 삶은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열차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같은 칸에 올라타 같은 창밖의 풍경을 공유하지만, 모두의 종착역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짐을 챙겨 다음 역에서 내리고, 또 누군가는 예고 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기도 합니다.


불교 용어 중에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붙잡으려 애써도 갈 인연은 가고, 아무리 밀어내도 올 인연은 기어코 찾아온다는 이 말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냉정한 체념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면죄부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


사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인연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해 주기 위해 찾아왔고, 또 어떤 인연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혹독한 모습으로 머물다 갔음을요. 그들이 내 삶에서 사라진 이유는 내가 잘못해서도, 그 사람이 나빠서도 아닐 것입니다. 그저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썼고, 각자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시간이 되었을 뿐입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에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각자의 계절이 바뀌었을 뿐, 내가 가진 가치가 변한 것은 아닙니다. 억지로 붙잡아 두지 않고 기쁘게 보내주는 마음, 그리고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시절인연을 대하는 가장 성숙한 자세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


마음이 헛헛할 때, 혹은 누군가와의 이별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이 노래들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끼는 '시절인연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오늘 밤은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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