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고 섞이며 닮아가는 우리
사랑은 마르지 않은 도화지 위에 쏟아지는 빗물 같다. 예고 없이 찾아온 감정의 소나기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젖어들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빗물 덕분에 우리의 마음은 더 부드럽게 풀려간다. 단단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의 삶으로 스며들 준비를 마치는 찰나의 순간이다.
물감이 마르기 전, 서로 다른 색들이 경계를 허물고 섞일 때 가장 예술적인 색을 낸다고 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랑 속에서 함께 그림을 그려가는 것처럼, 서로의 색감에 우리를 맡길 때 '나'라는 선명한 테두리 속의 색들은 흐릿해지고 '우리'라는 아름다운 색감이 탄생한다. 쏟아지는 비는 감추고 싶던 얼룩을 씻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색을 더 깊게 번지게 하며 세상에 없던 풍경과 색감을 그려낸다.
결국 사랑은 완벽하게 말린 그림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번져가는 과정이다. 조금은 흐릿해도, 때로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도 괜찮다. 그 번짐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닮은 풍경이 될 수 있고, 함께 번져간 도화지에 남은 색감들이, 우리의 삶을 가장 서정적인 수채화로 남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