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엄마

나의 첫 번째 세계이자 영원한 내 편

by 손익분기점

살다 보면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유난히 마음이 허허로운 날, 혹은 반대로 너무 벅차올라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날. 그럴 때마다 나는 말을 하기보다 글과 음악을 고른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지우지 못하는 장면 하나쯤 품고 산다. 내게는 해 질 녘 주마등처럼 스치는 부엌의 뒷모습, 추운 겨울밤 늦게 일을 마치고 군고구마를 사오신 모습이 그렇다. 그 평범한 풍경이 사실은 내 생의 가장 거대한 지지대였음을, 아주 나중에야 깨달았다.


엄마의 시간은 늘 나의 시간보다 빠르게 흘렀고, 때로는 나를 위해 멈춰 서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무한 반복해 듣느라 엄마가 어떤 가수를 좋아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볼 여유조차 없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를 키워낸 수많은 계절 동안, 엄마의 마음속엔 어떤 음악들이 흐르고 있었을까.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그런 미안함과 뒤늦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여자'로서의 엄마, 그리고 '꿈이 많았던 소녀'로서의 엄마를 상상하며 곡을 골랐다. 노래를 고르는 내내 나는 엄마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돌아보는 기분이 들었다.


Playlist 엄마 by 손익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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