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여는 배경음악 : 개인적인 음악 추천 3
나는, 어느덧 2025년이 지나고 2026년의 첫 시작을 마주하고 서 있다. 매년 1월 1일의 하루는 유독 낯설고도 공허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일까. 매년 새해의 감흥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아직 앞으로 채워나갈 수만 가지 가능성의 떨림과 설렘이 공존한다.
나는 새해의 첫 아침을 맞이할 때면,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음악을 챙긴다. 어떤 음악으로 올 한 해의 첫 단추를 채우느냐에 따라, 나의 신년 운세가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새해 첫 곡이 그해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기분 좋은 미신을 믿곤 한다. 단순히 미신이라 치부하기엔, 그 첫 번째 음악이 우리 뇌리에 남기는 잔상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웅장한 비트를 선택했다면 한 해를 씩씩하게 돌파할 에너지를 얻을 것이고, 다정한 발라드를 선택했다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더 깊이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결국 새해의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는 행위는, 내가 2026년이라는 시간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건네는 가장 낭만스러운 편지인 것이다.
지난 15화에서 2025년의 굵직한 음악적 사건들을 돌이켜 보았다. 나는 오늘 독자들에게 조금 특별한 제안을 하려 한다. 남들이 정해준 유행가나 무심코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새해의 첫 기분을 맡기지 말자. 대신, 2026년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나만의 새해 첫 플레이리스트를 신중하게 골라보기를 권한다.
올 한 해도 수많은 음악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겠지만, 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 맘 때 들으면 좋을 세 곡을 미리 골라보았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 뒤에 숨은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오직 당신만을 위한 응원이 되어줄 나의 2026년 첫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 이 노래들이 여러분의 첫 페이지를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2026년의 첫 재생 버튼을 함께 눌러본다.
올티 - 졸업
이맘때 딱 듣기 좋은 곡이다. 새해는 항상 이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누군가에게 ‘졸업’은 슬픔이고, 누군가에겐 해방,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이다. 각자의 다른 감정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해당곡은 015B의 ‘이젠 안녕’의 리메이크 곡으로 래퍼 ‘올티’ 특유의 깔끔한 래핑과 비트가 더해져, 마냥 슬프기만 한 이별 노래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매점 이모", "야자", "생활기록부" 같은 키워드들이 등장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네이비쿼카 - 지금껏그래왔듯앞으로도계속
2025년 12월에 발매된 따끈한 신곡이다. 가사가 새해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가져와봤다. 가사 자체는 사랑 노래지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에 추천한다. 편안한 어쿠스틱 악기 기반의 사운드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밤에 혼자 산책하며 듣기에 최적화된 '이지 리스닝' 트랙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당신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하며, "힘내!"라는 강요보다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네 페이스대로 계속 가보자"라는 조용한 격려를 건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로로 - 0+0
한로로의 '0+0'은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곡이다. 특히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설렘보다는 막막함이나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노래는 아주 특별한 위로가 된다. 우리는 새해라는 이름 아래 무언가 거창한 것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한다. 하지만 한로로는 "아무것도 없는 0과 0이 만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한로로의 '0+0'은 화려한 폭죽 터지는 새해 복판에서 잠시 빠져나와, 나의 가장 솔직하고 낮은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