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25 : 음악으로 쓴 연말 결산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았다.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깊게 다가오는 노래들이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한 해의 끝자락, 나의 이어폰 속에 담겨 있는 연말의 기록들을 적어보려 한다.
2월 : 다시 돌아온 아이콘
2025년, 올 한 해 가장 뜨겁게 달군 소식은 단연 지드래곤의 컴백이었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2025년의 끝자락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졌었다. 2월의 찬 공기를 뚫고 들려왔던 그의 목소리는, 잊고 지냈던 우리의 뜨거웠던 시절을 다시 기억해 냈다.
우리는 그와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 10대의 치기 어린 반항심을 그의 노래로 대변했고, 20대의 찬란하면서도 불안했던 밤들을 그의 감각적인 비트로 채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컴백 곡을 처음 재생하던 순간, 단순히 '새 노래를 듣는다'는 느낌을 넘어, 멈춰있던 나의 시간 한 페이지가 다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돌아온 지드래곤의 음악을 듣는 것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진 '팬심'이라는 이름의 나이테를 확인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플레이리스트의 가장 높은 곳에 그의 이름을 올리며, 나는 깨달았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어떤 음악은 결코 낡지 않고 우리와 함께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6월 : 신예 인디 밴드의 돌풍
올해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밴드 ‘can’t be blue(캔트비블루)‘를 선택할 것 같다. 24년도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의 행보는 말 그대로 '청량한 돌풍'이었다. 특히 올해 6월 이들의 신곡 ‘첫눈에 널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는 유독 뜨거웠던 올해의 계절들을 견디게 해 준 나만의 비밀스러운 그늘이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화려한 전자음 대신 탄탄한 밴드 사운드가 중심을 잡고, 그 위로 쏟아지는 멜로디는 마치 6월의 푸른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같았다. 하지만 이 곡의 진짜 매력은 그 청량함 속에 숨겨진 묘한 '서글픔'에 있다.
"첫눈에 널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라는 가사는 운명적인 찬사가 아니다. 오히려 진작 그러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다정한 후회이며, 뒤늦게 깨달은 소중함에 대한 고백이다. 신예 밴드답지 않은 노련한 감정선은 연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나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뜨거운 온기를 내뿜고 있다.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미처 사랑해주지 못했던 나의 시간들, 조금 더 일찍 손 내밀었어야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가오는 2026년이 가장 기대되는 밴드 그룹이다.
10월 : 데뷔 이후 3년 만에 첫 1위
올해 10월, 엔믹스가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쥔 성과는 단순히 팬덤의 화력을 넘어, 그들이 고수해 온 음악적 방법론이 대중적 유효타를 기록했음을 수치로 증명한 사건이었다. 10월 발매된 앨범 ‘Blue Valentine’은 엔믹스의 음악적 발전을 명확히 보여줬다.
음악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주목할 점은 트랙 간 전환의 매끄러움이다. 과거의 곡들이 급격한 BPM 변화나 장르 변주로 청각적 충격을 주었다면, 이번 타이틀곡은 재즈틱한 코드 진행으로 시작해 코러스에서 강력한 신스 베이스로 전환되는 과정이 소수점 단위의 정교한 믹싱을 통해 이질감 없이 연결된다. 특히 베이스 라인의 레이어링은 저역대 주파수를 탄탄하게 잡아주어 가벼움을 탈피하고 묵직한 오디오 꽉 채움을 선사했다.
음원 차트에서의 성과 역시 눈 여겨 볼만하다.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안착함은 물론, 해외 20여 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확장성을 수치화했다. 이는 엔믹스가 가진 고난도의 퍼포먼스와 보컬 기술이 글로벌 시장의 니즈와 완벽히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Blue Valentine’은 감성적인 계절감을 넘어, 하이테크닉 음악이 대중에게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레퍼런스가 되었다.
이렇게 올 한 해 굵직한 나만의 음악적 사건을 돌이켜보았다. 2025년에는 다양한 음악들과 콘텐츠가 많이 나온 것 같아 다가올 2026년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2025년 '올해의 곡'과 함께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