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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Dec 14. 2015

나의 동료들은 세계 최고다!

돌파구 노트

'부하 직원 또는 동료가 항상 일을 엉뚱하게 해와서 답답하다.'
'새로운 일을 맡기려 해도 경험과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팀원의 무능함 때문에 항상 일이 잘 안된다.'
'내 주변에는 나만큼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더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주변의 무능한 인력 때문에 자신의 일만 늘어난다고 불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팀원이 바뀌지 않는 한 정말로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S전자 입사 후 처음 참여했던 D 프로젝트에서 나는 테크니컬 리더 역할을 맡았다. 이때 과제원 한 명이 나에게 이야기했던 내용을 잊을 수가 없다.


"한 책임님은 과제원들이 모두 한 책임님처럼 프로그래밍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일을 주시는데 솔직히 따라가기가 너무 버겁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내가 '누구나 무슨 일이든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과제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사실 그랬다. 신입 사원이든지 경력 사원이든지 나는 구분하지 않고 업무를 맡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함께 일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제원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사람들마다 결과를 내는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결과를 내지 못했던 인력들도 하나둘씩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 초반에 주변의 고참들은 우리 프로젝트가 난해한 부분이 많아 기한 내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들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과제는 기한 내에 완료를 하였고, 성과 또한 기대치를 훨씬 초과하였다.

 

기술기획 1년, 보스턴 파견 1년을 거쳐 다시 새로운 멤버들과 S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나는 새로운 멤버들의 역량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 최고의 역량을 가졌다는 가정으로 업무를 맡겼다. 역시나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과제원마다 성과가 천차만별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 수준이 높아졌다. 과제의 최종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의 I과제, O과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O과제를 진행하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감각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의 역량 수준을 그 사람이 달성하기에 빠듯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믿고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면, 보통은 3개월, 오래 걸리는 사람은 6개월이면 그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잠재적 역량은 정말 대단하다. 그 잠재적 역량의 발현 여부는 주변에서 얼마나 믿고 이끌어 주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사람의 잠재적 역량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잠재적 역량의 발현 여부는 주변에서 얼마나 믿고 이끌어 주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때 가장 어려운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사실 나도 6개월까지 걸렸던 인력에 대해서는 '아~ 예외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바쁜 일정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믿고 기다려준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다린 만큼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훌륭한 인력들이 많아지고 시너지가 증폭되어 조직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반대로 많은 리더들이 부하 직원의 무능함을 질타한다. 특히, 부하 직원이 무능하다는 것을 단정 짓고 인지시켜 주려고 애쓴다. 이렇게 되면 그 부하 직원은 리더가 그어 버린 한계치 위로는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성과는 안 나올 것이고, 매번 리더가 직접 일을 하게 되는 마이크로매니징 모드에 들어가게 된다. 심한 경우 조직의 최대 역량이 곧 리더의 최대 역량과 같은 형국이 된다. 실제로 S전자에서 300명이 넘는 조직의 리더가 완벽한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면서 10~20명 규모 조직의 성과 수준을 내는 경우도 보았다. 한 사람당 최소 1씩만 성과에 기여해도 300만큼의 성과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혼자서 20만큼의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똑똑한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전체 조직의 성과 한계를 10~20으로 그어 놓은 것이다.

 

참고로, S전자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별도의 특공대로 채용된 것이 아닌 회사 내의 인력들로 구성되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이어서 기본 역량은 있으니 가능한 일이 아니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2년 전부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롤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다. 대기업 기준으로 보면 중소기업은 모든 분야에서 체계가 너무 빈약했다. 여러 가지로 체계를 잡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중에서 직원들의 역량과 품질 의식을 높이기 위해 품질 분임조 활동을 도입하였다. 하지 않던 업무를 정착시키는 일은 정말 어려웠고, 해결책의 하나로 사내품질분임조 대회를 추진했다. 이 대회에서 한 개의 분임조를 뽑아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출전할 것을 제안했다. (참고로, 품질분임조대회는 사내의 품질 문제를 프로젝트로 진행하여 해결한 결과를 정리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 심사를 받는 대회이다.) 하루는 분임조 조장이 찾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도 얼마 없는데 금년에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내년으로 연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업무로 바쁜 것은 알지만 품질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내년에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금년과 똑같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우리 직원들이 충분한 역량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외부 전문가의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도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위원을 위촉하여 분임조 지도를 요청했고, 전문위원께서 분임조 면담을 한 직후에 나를 찾아왔다.


"제가 보기에는 직원들이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금년에 출전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른 경험이 있는 회사들도 적어도 2년은 준비해서 출전을 합니다."

"전문위원님, 제가 이 회사에 와서 일을 해보니 직원들의 잠재 역량이 정말 대단합니다. 지도해주시면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니, 저희 직원들을 믿고 한 번 준비를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후에도 분임조 조장 한 번 더 찾아와서 어렵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다시 한번 우리 직원들의 높은 역량을 믿고 한 번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사실 다른 임원진들 중 아무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한 일은 우리 직원들을 믿고 격려해준 일 밖에는 없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역 예선에서 중소기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전국대회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전국대회에서는 중소기업 부문의 가장 높은 상인 영예의 대통령상 금상을 받게 되었다. 이 상은 분임조원에게 직접 수여되는 상이어서 분임조원 전원이 대통령상 금메달을 수여받았다.


대통령상을 받은 본인들도 놀랐고, 지도를 해주신 전문위원도 놀랐고, 회사의 모든 임원진도 놀랐다. 사실 나도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한 일은 우리 직원들을 믿고 격려해준 일 밖에는 없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확신을 하게 되었다. 사람의 잠재적 역량은 무한하고, 그 잠재적 역량은 끝까지 긍정적으로 믿고 이끌어줄 때 발현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한 자신감 상승이 사람의 역량을 증폭시켜준다


최근에 나의 이러한 경험에 의한 결론을 설명해줄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를 찾았다. 먼저 아래의 동영상을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p8T5_CTQ-SQ

The Power of Positivity | Brain Games (National Geographic)

자유투 10번 시도 중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사람이 눈을 가리고 자유투 두 번 시도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실은 하나도 넣지 못했지만) 성공했다는 환호와 탄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다시 눈을 풀고 자유투 10번을 시도하여 실제로 4개나 성공하게 된다. 이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한 자신감 상승이 사람의 역량을 얼마나 높여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24세 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은 비관적인 태로를 보인 사람에 비해 중년 이후의 건강 상태가 확연히 좋았다는 하버드의 그랜트 연구 결과는 긍정의 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두 번째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조셉 T 헬리넌이 쓴 'Kidding ourselves(한글판: 긍정의 재발견)'에서 긍정의 힘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잘 될 거라고 믿는 긍정적인 생각은 자신의 능력보다 더 해내게 만들고 성공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또한 1942년부터 건강하고 성적이 우수하고 독립적이고 기량이 뛰어난 하버드생 268명을 대상으로 70년 이상을 진행하고 있는 '그랜트 연구'에서도 긍정의 효과는 확연히 나타났다고 한다. 24세 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과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의 중년 이후의 건강 상태가 확연히 달랐다. 긍정적이었던 사람은 중년 이후에도 건강했지만, 비관적이었던 사람은 중년 이후의 건강이 뚜렷이 저하되었다고 한다. 이 결과 역시 긍정의 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주변 동료가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졌다고 굳게 믿고 커뮤니케이션해보자. 믿고 기다리면 최고의 역량을 가진 인력들이 주변에서 하나둘씩 생겨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나와 함께 했던 과제원들과 현재 중소기업에서 함께하고 있는 연구소 인력 및 직원들의 잠재 역량이 최고 수준이라고 믿는다. 실제로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인력들도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 함께 일하는 동료나 부하 직원이 세계 최고 역량을 가진 인력이라고 굳게 믿고 커뮤니케이션을 해보자. 아닌 것 같은 의심이 들더라도 긍정의 힘을 믿고 스스로를 세뇌시켜보자. 믿고 기다리면 분명히 최고의 역량을 가진 인력들이 주변에서 하나둘씩 생겨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잠재적 역량과 긍정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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