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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Feb 04. 2016

똘아이는 피하라

돌파구 노트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사내든 사외든 반드시 한 번쯤은 똘아이를 만나게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똘아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똘아이의 뜻은 여러 가지로 쓰이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대화가 도통 통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내가 만나본 똘아이는 크게 다섯 가지 타입이 있다. '모르겠고형', '얼굴의 사나이형', '건달형', '복수의 화신형' 그리고 '밥맛형'이 있다. 각 타입에 따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응 팁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난 모르겠고형


첫 번째는 '난 모르겠고형'이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주변에서 제법 볼 수 있는 타입이다. 업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난 모르겠고…"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다. 업무에 대한 절차나 규칙이 아무리 명확히 정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예외는 있는 법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예외 상황인 경우에는 이유를 들어보고 그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한다. 만약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결정권자에게 이야기하여 다시 한번 검토를 받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난 모르겠고형'은 어떤 예외 상황이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속이 터진다.


'난 모르겠고형'은 혼자 하는 일을 맡을 경우에는 문제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의 업무를 담당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해당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생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난 모르겠고형'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해진 방법대로 정해진 기한 내에 업무를 처리하도록만 한다면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아무리 시간을 들여 설명을 해도 소용없다. 그때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난 모르겠고형'에게 누구와 이야기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기분 나쁘지 않게 확인한 후, 해당 사안에 대한 결정권자에게 직접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


두 번째는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다. 흔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근처에 있으면 속이 뒤집히는 타입이다. 자신의 상사에게는 순한 양인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타입이다. 상사에게 이야기할 때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의 목소리 톤과 표정도 너무 다르다. 너무도 확실히 구분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상사는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행실을 알더라도 상사의 입장에서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 상사이거나 갑의 위치에 있는 파트너로서 함께 일을 하게 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단절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 중간에서 모두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게 된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 역량이 뛰어날 경우에는 함께 일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결과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량이 떨어지거나 또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라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데 치명적일 수 있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과 상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공고하기 때문에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해도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 직속 상사라면 피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정말 열심히 해서 중간에서 차단할 수 없을 정도의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수 밖에는 없다. 만약 '두 얼굴의 사나이형'이 갑의 위치에 있는 파트너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맞짱은 뜨지 말자. 본인만 다친다. 현명하게 판단하여 일을 진행하는 수 밖에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건달형


세 번째는 '건달형'이다. 드물게 보이는 타입이지만 주변에 있으면 움직이는 지뢰와 같다. 잘못 밟으면 바로 터진다. 위아래도 없고 안하무인이다. 자신의 머릿속에는 믿고 있는 빽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을 자주 하고 협박을 일삼는다. 자신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믿고 있는 빽에게 확인해보면 별 관계가 아닌 경우가 많다.


'건달형'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언제 터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고성에 삿대질까지 가는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대화가 안 통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조직의 분위기를 크게 해친다는 점이다.


'건달형'과는 어떻게든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잘못 건드리면 바로 터지기 때문에 멀찌감치 피해 다니는 것이 좋다. 일 관련하여 피해를 보는 것도 있겠지만, 잘못해서 터질 경우에는 기분이 너무 나빠진다. 얼마간은 일할 맛을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복수의 화신형


네 번째는 '복수의 화신형'이다. 평상시에는 보통 사람처럼 보인다. 전혀 이상한 행태나 언행을 관찰할 수 없다. 하지만 한번 삐지면 영원한 적으로 돌변하는 타입이다. 화해를 청해도 먹히지 않는다. 한번 적이 되면 엄청난 복수를 퍼붓는다. 이때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복수의 화신형'이 다섯 가지 중 가장 무서운 타입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적에게만 '복수의 화신형'으로 돌변하고 무너질 때까지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뒷다리를 잡는다. 복수를 목표로 잡고 일을 하기 때문에 정말 치명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단, 동료가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했다면 스트레스는 정말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회사에 가기 싫을 정도가 된다. 아무리 상황을 이야기해도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본인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아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군을 확보하는 방법은 본인을 신뢰하는 사람 중에서 '복수의 화신형'과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 사람 내가 잘 아는데 그럴 리가 없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주겠다"와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 사람과 함께 3자 대면을 하면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모습을 확인시킬 수 있다. 아군이 생겼다면 아군과 함께 상사에게 SOS를 요청하여 현재의 상황을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밥맛형


다섯 번째는 '밥맛형'이다. '난 모르겠고형'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타입이다. 뭘 이야기해도 다 안다. 실제로도 대부분 맞다. 문제는 뭐든 끼어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은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무시한다. 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늘 말만 섞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밥맛형'은 무서운 타입은 아니다. 엮였을 때의 피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정신 건강에 좋다.


부득이하게 똘아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좋은 인생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자.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똘아이는 '복수의 화신형'을 제외하고는 보통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똘아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인지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만약 똘아이라는 것이 인지되었다면 가능하면 업무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좋은 인생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이런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고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다섯 가지 타입을 모두 경험해 보았지만, 특히 '복수의 화신형' 때문에 6개월이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다. 정말 막다른 골목에 갇힌 느낌으로 방법이 없어 보였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는 오히려 일이 잘 풀리게 되었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단, 똘아이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모두 똘아이는 아니다. 괜히 멀쩡한 사람을 똘아이라고 주변을 선동하여 "따"시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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