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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Feb 21. 2016

6:4의 법칙

돌파구 노트

많은 기업에서 연구개발 결과물이 사업화로 연결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연구개발 결과물이 간접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까지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기업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현격히 낮아진다. 연구개발 활동의 사업적 성과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해법의 한 가지로 6:4의 법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연구개발 활동이 사업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주요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는 사업화와의 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연구개발 과제는 완료가 되었는데, 사업화를 추진하려고 보니 추가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경우다. 추가 작업만 수년을 더 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프로젝트가 되면서 사업화는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연구개발 과제를 처음 시작할 때 사업화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멋진 섬에 수년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테마 파크를 만들고서 보니 육지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 다리 공사에만 수년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부터 테마 파크 공사와 함께 다리 공사나 또는 다른  교통수단을 준비하는 작업을 동시에 했다면 별도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 개발 주체와 사업화 주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연구소에서 수행하고, 결과물은 사업부로 이관하여 사업화를 추진한다. 즉,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주체와 사업화를 수행하는 주체가 다르다. 사업부는 매일매일 터지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기한 내에 새로운 사업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따라서, 연구소에서 아무리 섬세하게 결과물을 만들었어도 사업부에서 디테일까지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연구소는 사업화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첫 번째로 언급한 사업화와의 갭 문제도 빈번하게 생긴다. 그렇다고 연구소를 없애고 사업부에서 연구개발까지 모두 진행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연구개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미래 준비에 소홀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로 선순환 모델을 적용하기도 한다.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인력들이 모두 사업부로 이동하여 사업화를 추진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 모델도 다음 단계의 연구개발 활동이 중단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세 번째는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통은 좋은 아이디어 한 가지에 꽂혀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장성, 성장성, 수익성, 양산성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지 않고 단발성 아이디어에만 의존하여 연구개발을 수행할 경우에는 프로젝트도 단발성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도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네 번째는 설득시켜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어도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큰 조직일수록 중간에 설득시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고,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중간에 뒷다리 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기 연구개발을 수행하면 "좀 더 미래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고, 중장기 연구를 수행하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 해서 사업화를 어떻게 하는가"라고 한다. 공감을 얻어내는 능력이라도 뛰어나다면 좋겠지만 늘 한계를 느낀다.


다섯 번째는 흩어뿌리기식 연구개발을 한다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대한 전략이 없고, 연구개발은 연구자가 하고 싶은 분야에 씨를 흩어 뿌린다.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이 성공을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의 추진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여섯 번째는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개발을 해야 하니 무엇이든 하나 주제를 잡아서 그럴  듯하게 정리한 것이다. 돈 낭비요 시간 낭비다. 결국은 회사에서 취미 활동만 하는 셈이다.


일곱 번째는 전문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기획이 아무리 완벽하게 되었어도 전문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면 그 결과물은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심한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수행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6:4의 법칙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연구개발의 사업적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 중의 하나로 6:4의 법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6:4의 법칙은 간단하다. 한 프로젝트 내에서 단기 연구개발과 중장기 연구개발을 6:4의 비율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6:4의 법칙>
한 프로젝트 내에서 단기와 중장기 연구개발을 6:4의 비율로 동시에 진행하면 최적의 성과가 나온다.

단, 단기와 중장기 연구개발의 담당 인력은 구분하여 진행한다. 또한, 중장기 연구 내에서 다시 중기 연구와 장기 연구를 6:4의 비율로 동시에 진행한다. 즉, 단기, 중기, 장기 비율을 60:24:16으로 진행한다. 이때 단기, 중기, 장기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단기, 중기, 장기 연구개발의 구분>

단기: 1~3년 후 사업화 추진 가능한 연구개발
중기: 3~5년 후 사업화 추진 가능한 연구개발
장기: 5~10년 후 사업화 추진 가능한 연구개발


이렇게 간단한 법칙으로 기존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나씩 다시 한번 짚어보자.


첫 번째로 사업화와의 갭이 너무 크다는 문제에 대해서 대입해 보자. 6:4의 법칙에 따르면 60%의 연구개발 활동은 단기간 내의 사업화가 목적이므로 처음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따라서 사업화와의 갭은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첫 번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이미 프로젝트 결과물이 사업화를 최대한 고려한 상태이므로 사업부에서 이관받아 단기간 내에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연구개발 주체와 사업화 주체가 분리되어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게 된다. 또한, 단기간 연구개발 결과를 사업부에 이관하는 동안 중장기 연구를 담당했던 인력들이 그다음의 단기 연구개발 트랙으로 이동하여 진행할 수 있으므로 연구개발이 중단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세 번째 기획력 문제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수 있다. 이미 기획을 통해 단기, 중기,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였고, 로드맵을 바탕으로 단기, 중기, 장기 연구개발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므로 연구개발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네 번째 문제였던 설득시켜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될 수 있을까? 단기, 중기, 장기 연구개발 결과물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시키고 공감을 얻어내는 작업이 매우 수월해진다. 좀 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에게는 중장기 비전과 결과물을 보여주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인 단기 연구 결과물을 보여주면 된다.


다섯 번째 흩어뿌리기식 연구개발에 따른 문제점은 회사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6:4의 법칙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는 로드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로드맵을 수립하려면 선택과 집중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기획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회사 차원의 전략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여섯 번째로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문제도 6:4의 법칙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로드맵 기획이 선행되므로, 프로젝트의 가치는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하게 된다.


마지막 일곱 번째인 전문성과 창의성이 부족한 문제도 단기 연구를 진행하는 인력들은 이미 사전에 중장기 연구를 하면서 전문성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확보한 상태이므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한, 단기 및 중장기 연구 인력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수시로 교류하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전문성과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6:4의 법칙은 오랜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얻은 나의 노하우이다. S전자 시절에도 매우 성공적으로 동작했고, 현재 중소기업 연구소에서도 적용하여 잘 동작하고 있다. 특히, S전자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도 싱크탱크팀을 만들 때 6:4의 법칙을 적용했었는데, 4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이미 첫 스마트워치 및 원형 스마트워치로 상품화가 되었고, 중장기 프로젝트 "Beyond" 결과물은 CES2016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360 캠 상품화를 발표한 상태이다.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을 하라


연구개발의 사업적 성과를 높이고 싶은 연구원 또는 리더는 6:4의 법칙을 적용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적 성과를 얻는 경험을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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