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이번엔 너무 늦었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그랬고, 업무적인 일에서나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로 늦은 걸까?
정말로 늦은 걸까?
실제로 기한이 지나버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신과의 타협을 정당화시키는데 기한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 때의 일이다. 해외 학회 공지 메일을 보고 한 후배에게 연구한 내용과 잘 맞는 학회이니 준비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때 후배의 반응은 이번엔 기한이 촉박해서 너무 늦었다고 했다. 사실, 그 때의 남은 기간은 논문 준비하는데 전혀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다.
또 한 번은 논문상 대회 공고가 있어서 참가 준비를 하면서 다른 박사과정 후배에게도 참가를 권유했다. 기억에 1~2개월 정도 기한이 남아있을 때였는데, 후배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논문 작성 시간이 촉박하여 다음 해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 1~2개월 동안 후배는 대부분의 시간을 로또 숫자 예측에 할애했다. 대회의 상금이 제법 컸기 때문에 로또보다는 대회 상금의 기대값이 월등히 높다는 점도 계산으로 증명해주었지만 후배의 관심사를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해당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상금을 받았고, 후배는 로또 사는 비용으로 제법 많은 돈을 날렸다. (참고로, 3년 뒤에는 그 후배도 논문상에 도전하여 상금을 받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번엔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물론 나 자신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너무 늦은 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기한을 핑계로 도전을 회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두렵기도 하고 해 낼 자신이 없거나, 다른 일로 나름 바쁜데 더 바빠지고 싶지 않거나, 또는 하기 싫고 귀찮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반대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한 경우는 대부분 좋은 성과를 얻었다. 실제로 제품 출시, 전시회 출품, 논문 발표, 프로젝트 수주, 대회 출전 등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는 일에는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의 관점을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자. 너무 늦었다는 것은 나에게 기회가 왔는데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이번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음 번에 다시 같은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다음 번 기회가 왔을 때에는 나는 준비가 되어있을까? 경험상으로 보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여 그냥 넘기는 경우, 다음 번 기회가 왔을 때에도 똑같은 상황일 확률이 십중팔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의미는 기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기회를 인지한 순간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기회를 인지한 순간보다 더 빨리 준비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이 드는 상황의 기한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정해진 기한을 역으로잘 활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늦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너무 늦었다고 이야기할 때는 혹시 기한을 핑계로 회피하고자 하는 속마음은 없는지 먼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