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2011년 백상 예술대상에서 <황해>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고 공약으로 내세운 국토종단. 그렇게 배우 하정우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577 킬로미터 국토대장정을 떠나기로 한다.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다큐멘터리 촬영 준비까지 하며 기대에 찬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그토록 기대했던 여정이었음에도 마침내 대장정을 마친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몰려오는 허무감에 쫑파티의 왁자함을 피해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긴 여행을 마치고 쉬는 동안 비로소 깨달았다. 그 여정의 의미는 마지막에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여정의 평범한 매 순간들이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것을.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마지막 순간에 특별한 무엇이 기다릴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마침내 불꽃이 사그라드는 촛불처럼 꺼져버리는 정신과 그 정신이 떠난 차가운 육체가 남을 뿐이다. 그러니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삶의 여정을 충만히 만끽하는 것이 더 유효한 삶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