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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Jan 01. 2019

삶의 의미를 묻다

- 줄리언 바지니 <빅 퀘스천>

“유의미한 삶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행복의 가치를 알면서 또한 행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인다면, 행복이 우리 곁을 비껴가는 시간을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 충족되지 않을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도 인생의 쾌락을 음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성공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대중적인 성공뿐 아니라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잡아둘 수 없는 순간을 붙잡아두려고 몸부림치지 않고서도 오늘을 붙잡는 일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만이 이타주의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도 타인 또한 유의미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행하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자인 사랑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줄리언 바지니 <빅 퀘스천>


새해 첫날을 보내며 ‘삶의 의미’라는 거창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것도 좋겠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의 <빅 퀘스천>이 이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안내자 역할을 해줄 듯하여 그 책의 일부를 인용해 봤다.


책의 요지는 사람들이 흔히들 삶의 의미로 꼽는 종교, 행복, 이타주의, 성공, 쾌락, 사랑 등등 어떤 것이든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인생의 의미가 될 수는 없으며,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 실패하거나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의 여러 측면을 균형 있게 바라보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은 유발 하라리와도 비슷하다. 이전 글에서 이렇게 썼었다.


하라리는 이렇게 허구적인 신념, 욕망, 자아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모든 것은 변하며 지속적인 본질은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 지고의 가치, 진실한 사랑 같은 것들에 집착하면 할수록 예정된 실패로 인한 상실감이 커질 뿐이다. 절대적 우위의 가치, 이념, 진실은 있을 수 없다. 상대적 최선을 추구하되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것, 그로 인해 타인의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선 삶을 대하는 최선의 지혜다.


카뮈와 법륜스님의 생각도 비슷하다.


행복의 조건을 따지면 불행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면 더는 살지를 못한다.

 - 알베르 카뮈


보통 사람들은 주로 재미만 갖고 인생의 즐거움을 삼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뒤에 후회나 허전함, 공허감 같은 것이 생기게 됩니다. 한편 또 너무 삶의 의미 같은 것만 찾으면 현재의 삶이 힘들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아져 지치기 쉽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면 가장 좋은데, 바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곧 자기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가장 조화로운 상태가 되는데, 우리는 보통 이 둘이 분리된 삶을 삽니다.

 - 법륜 <인생수업>


책의 마지막은 누구나 만족할 만한 ‘최종적인 해답이 없다’라는 다소 맥 빠지지만 어쩌면 당연한 결론에 이른다. 물론 그 누가 삶의 의미를 책 한 권으로 시원하게 답할 수 있을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 물음에 딱 떨어지게 명확히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자는 이 답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제각각 다르며 자신만의 특수한 삶을 살 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안내서' 류의 책은 그 어느 것도 완벽한 지침서가 될 수 없으며 각 개인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틀을 제공할 뿐이다”


누군가 혹은 외부의 무언가가 제시해주는 삶의 의미나 목표는 결국 실패하거나 비극으로 끝나기 일쑤다. 결국 내 삶의 의미는 나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새해의 시작, 내 나름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적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다. 동시에 그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기로 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이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이 순간을 살라고 했던 니체의 가르침이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삶의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어떤 목표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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