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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May 29. 2019

진화론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5가지 오해

진화는 중력만큼이나 사실이다

 이전 글을 쓰며 진화론, 창조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엉뚱한걸 잘못 믿는 경우도 많지만, 제대로 된걸 잘 모르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특히 진화론에 대해 잘못 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흔히들 오해하는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1. 진화론은 이론일 뿐이다


 ‘진화는 아직까지 단순한 이론일 뿐 완벽히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오해다.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한 번도 반박된 적이 없는 완벽한 사실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이론은 실험과 증거를 통해 널리 증명된 사실을 말한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흔히 쓰는 ‘이론적으로 맞아’ 이런 류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중력이론도 단지 이론이 아니라 완벽한 사실로 여겨지듯이 진화론도 사실이다.


 진화론에는 아직 통일된 이론이 없고 이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100% 증명되지 않았다, 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진화 자체에 대한 이견이 아니다. 진화 자체는 100% 사실로 인정되지만 진화의 세부적인 양상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뿐이다. 이는 어느 과학 분야든 마찬가지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이론이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2. 진화론은 실험할 수 없다


 진화가 이론일 뿐이라는 말에는 실험으로 증명될 수 없다는 생각이 숨어있다. 하지만 진화는 실험실에서도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물론 수억 년 진화과정 자체를 재현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실험 결과들이 진화론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이미 각종 세포, 초파리 등을 이용한 실험들이 있으며, 최근 실험 기술의 발달로 DNA 연구를 통해서도 진화의 다양한 양상들이 수집되고 있다. 최근의 가장 유명한 실험은 20년간 5만 세대 이상을 관찰한 대장균의 장기간 진화 실험이 있다.(대장균은 한 세대가 며칠 간격에 불과해 실시간으로 진화를 관찰하기 용이하다) 이 실험을 통해 한 종이 오랜 세대를 거치며 조상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 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비록 실험실은 아니지만 갈라파고스 섬에서 핀치의 부리가 환경에 적응해 변화해 간다는 연구결과도 진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3.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


 진화론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다. 최초의 단세포에서 현재의 생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지, 최초의 단세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 아직 과학이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진화론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최초의 생명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밝히지 못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지구 상에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고,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종으로 번성해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4.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다른 질문들로 바꿀 수 있다.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면 어떻게 지금 원숭이가 존재하는가?’ 혹은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된다면 지금 원숭이와 사람 사이에 연속적으로 진화 중인 중간 형태의 동물이 존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역시 진화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간과 원숭이는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공통된 조상을 가졌을 뿐, 각각 갈라져 나온 친척 종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가 각각 뻗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다. 인간은 인간대로, 원숭이는 원숭이대로 분리된 종으로 진화해 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는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현재의 생태계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한 진화의 결과다.



5. 진화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반 진화론자(주로 기독교 창조론자들)는 진화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흔히 이런 비유를 많이 한다.


‘단세포가 진화해서 인간이 될 확률은 원숭이가 타자기를 무작위로 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써내는 확률과 같다’
‘진화를 통해 현재의 생물이 만들어질 확률은, 고물 야적장에 토네이도가 불어서 우연히 보잉 747이 조립되어 나올 확률과 같다’
‘누군가 길에서 시계를 주웠다면, 그 시계를 만든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다. 시계보다 훨씬 복잡한 자연과 인간도 누군가(창조자)가 만든 것이 당연하다. 진화론은 이 시계가 우연히 만들어져 길에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들으면 혹하는 설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진화는 원숭이가 무작위로 타자를 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진화는 ‘랜덤’이 아니다. 진화의 핵심인 자연선택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특성은 유지되고 불리한 특성은 도태되는 과정이다. (자연선택은 ‘자연이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생각하면 더 매끄럽다) 햄릿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맞게 조합된 단어는 유지하고 잘못된 단어는 버리는 과정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실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면 무작위로 타이핑을 하더라도, 체 한 달이 안 걸리는 시간에 햄릿을 써낼 수 있다고 한다. 보잉 747도 마찬가지다. 자연선택은 무작위로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조립돼서 잘 작동하는 부품은 보존하고, 잘못 조립되거나 작동하지 않는 부품은 제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이라면 보잉 747뿐 아니라 우주선이라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시계 비유도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계는 그 최종 결과물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진화의 최종 결과물은 확정적이지 않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진화는 시계를 만드는 것과 달리 목표를 정해놓고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화는 현재의 인간 모습을 목표로 정해놓고 진행된 과정이 아니다. 진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 뿐이다. 또한 현재의 모든 생물은 진화의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여전히 진화의 과정 중에 있다.



 이렇게 진화론은 끊임없는 의심과 오해 속에서도 그 지위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탄탄해지고 있다. 그래도 진화를 믿을 수 없거든, 자신의 낮은 이해도를 탓하거나, 포용력 부족한 종교관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다. 진화론을 제대로 공부해 보던가, 진화를 인정하며 신앙을 지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애꿎은 진화론을 깨보겠다고 발버둥 쳐봐야 반지성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진화론은 이성적,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대부분에게 인정받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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