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탈출 Oct 19. 2023

서울 사는 40대 윤 차장의 투자 도전기 - 4편

적금까지 해지하고

알람을 눌러서 들어가니 우미상사가 상한가란다. 중국 배터리 회사와 큰 계약을 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상한가라니?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다는 상한가? 가슴이 두근거린다. 100만 원에 상한가 30%면 30만 원이다. 5분 만에 30만 원을 번 셈이다. 잔고를 보니 25만 원 가까이 불어있다. 실제로는 조금 오른 후에 샀으니 30%가 오르진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갑자기 상한가라니 뭔가 허무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하다.


회사 메신저 알림이 뜬다. ‘상한가, 축하합니다’ 장 과장의 메시지다. ‘어, 장 과장 덕분이지. 장 과장도 축하해’ 답장을 보낸다. 장 과장은 아까 500만 원어치를 샀다고 했다. 그럼 상한가니 무려 150만 원을 벌었다. 1,000만 원을 넣었다면  300만 원이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도 있구나. 물론 전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공으로 버는 돈은 아니다. 나름대로 연구하고 신경 써서 종목을 선택하고 스트레스받아가며 기다리는 과정이 있긴 하다. 그래도 회사에서 갖은 고생하며 버는 돈에 비하면 월등히 편하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돈이 돈을 번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구나. 그래 부자들이 부자인 이유도 다 주식 때문이다. 현금만 갖고 있는 부자는 별로 없지 않은가. 그래 부자가 되려면 역시 주식을 해야 한다.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 억울할 정도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차트 공부도 꽤 했고 기본적인 주식 용어도 이제 익숙하다. 주식 사고파는 법도 IT 전문가인 나에게는 쉬운 일이다. 이렇게 내 재산을 지키고 불릴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외면할 이유가 없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해서 하지 않으면 기회도 동시에 잃어버릴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 과장이 달리 보인다. 성격이나 됨됨이는 나와 그렇게 맞지 않는 듯해서 특별히 가까워지지 않았지만 주식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나보다 고수다. 더 가까이 지내며 배울 필요가 있겠다. 


'오늘 끝나고 한 잔 가능해? 회사 앞 마늘닭 치킨집에서 주식 투자 컨설팅 좀 부탁하려고' 장 과장에게 입사 후 최초로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고, 차장님이 친히 한 잔 요청을 다 하시고.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날부터 그렇게 장 과장과 본격적인 주식 과외 또는 수다가 매주 한 번 이상 진행되었다. 

장 과장은 차트를 활용한 스윙 투자를 주로 한다고 한다. 마치 그네처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주가의 패턴을 활용하기 때문에 스윙이라고 불린다. 5년 정도 투자 경력이 있지만 첫 2~3년은 조금 잃었고 작년부터 서서히 벌기 시작해서 올해부터 투자금이 2배로 불었다고 한다. 자신은 주위에 조언을 구할 곳도 없이 혼자 좌충우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나는 운이 좋다며 부럽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고수도 옆에 있고 좋은 책과 커뮤니티도 활용할 수 있으니 훨씬 좋은 상황이란 얘기다.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게다가 투자한 종목들이 모두 기세 좋게 상승 중이다. 단 2주 만에 우미상사는 60% 넘게 올랐다. 칠성전자는 10% 정도 오른 상태에서 큰 변화 없다. 보너스로 투자한 우리 회사는 15% 정도 상승이다. 우리 회사는 내가 잘 알고 있으므로 적당한 타이밍에 팔면 된다. 

"여유 있으시면 투자금을 조금 더 늘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지금 한참 좋을 때 들어가서 먹고 나와야지 언제 시장 상황이 나빠질지 몰라요."


장 과장 말이 맞다. 이 정도로는 용돈벌이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런데 또 그런 사실을 알면서 살짝 망설여지기도 한다. 아직 나 자신을 100% 믿지는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 과장은 그 망설임을 이렇게 떨치라며 얘기한다"

"우미상사는 이미 많이 올랐고, 칠성전자는 완전 정배열에 호재도 많아요. 저는 우미 팔아서 칠성에 1,000만 더 들어갑니다. 리스크를 져야 수익도 있는 법이에요."


내 생각도 같다. 우미상사는 이미 상한가 이후에도 60% 이상 올랐으니 더 오를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칠성전자가 오히려 가능성은 더 크다. 과감하게 칠성전자에 들어가 보자. 차트 모양도 굉장히 좋다. 모든 이평선이 정배열에 요즘 시장상황까지 좋다. 이러면 투자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바보같이 보인다. 


장 과장과 헤어져 지하철로 가는 중에 바로 적금을 해약한다. 전세 빼고 내가 가진 현금은 5천만 원 적금, 청약통장 천만 원, 급여 통장에 비상금 오백 정도가 거의 전부다. 15년 넘게 직장 생활했는데 겨우 이 정도라니 나도 참 딱하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라 해야 하나. 하긴 주위에 보면 대출 빚 갚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이 우리 팀에도 절반 이상이다. 


그동안 모으느라 힘들었지만 일단 충분한 현금이 있어야 하니 적금 해약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적금 이자보다 더 많이 벌면 그만이다. 


띠링, 문자 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대성화학, 내일 10% 이상 상승 예정. 내일 확인 후 연락 주세요' 


슬쩍 보니 이런 내용이다. 얼만전에 주식계좌를 만든 영향인지 주식 관련 스팸문자가 부쩍 늘었다. 장 과장도 주식을 시작하면서 스팸이 대폭 늘었다고 했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도 개인정보 팔아먹는 짓을 하는 건가? 이 문자는 지난 5일간 꾸준히 왔다. 스팸이라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모두 같은 패턴이다. 회사 이름과 내일 몇% 상승한다는 예언 같은 내용이다. 어제 문자는 이화금속, 상한가라는 예언이다. 증권앱을 열어서 확인해 보니 오늘 정말 상한가다. 그저께는 비룡전자 10% 상승. 그저께 11% 정도 상승마감하고 오늘은 보합이다. 지난 5일간의 예언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맞출 수 있지? 다른 주식 관련 스팸들은 단순히 몇 % 수익 보장, 노후자금 마련하세요, 같은 평이한 내용들인데 이곳은 확실히 다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일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5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한 픽션입니다.

이전 03화 서울 사는 40대 윤 차장의 투자 도전기 - 3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