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6개월 간 요가지도자과정 중 경험한 현실고증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며 퇴사 후,
그렇게 또 백수가 되었다.
첫 번째 퇴사 후에는 그래도 간호사로 또 취업하면 되니까.하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두 번째에는 처음 뛰어든 요가 생태계에서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매일 수련은 기본, 교육이 있는 날에는 교육받았던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다시 복습하고 또 기록하며 성찰하는 시간들로 하루를 빼곡히 보냈다.
사실 이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노력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실천했다.
좋은 글귀가 적힌 책의 내용들을 매일 필사하고,
긍정적인 말이 가득한 자기 확언을 직접 녹음해서 매일 아침 듣고 말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기 계발서를 잔뜩 찾아서 읽곤 나도 성공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참 많이 노력했다.
정말 말 그대로 하루하루 외줄 타는 심정이었다.
너무 막연한 미래다 보니
조금만 정신줄을 놓는 순간 그냥 다 포기하고 간호사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래간 고민을 하고 큰 결심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막상 그 현실에 놓여있는 나는
뚝심 있게 나아가기보다, 휘청거리며 간신히 버티며살아가고 있었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돈이었다.
분명히 6개월간은 맘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소득활동을 하지 않고 소비만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루하루 자존감을 갉아먹는 듯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파트타임 간호사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수련하고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돈 때문에 그렇게 불안하다면,
그게 그렇게 떨쳐지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렇게 마음을 먹고 찾아보니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던 찰나 심지어 마지막으로 일했던 직장에서
좋은 자리가 나왔다며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까지 들어왔다.
이때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먼저 좀 고민해 보겠다고 시간을 벌어두곤 남편한테 말했다.
돈 때문에 너무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아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해야겠다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수련하고 공부해도 충분할 것 같다고.
항상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남편이었기에
그것도 방법이겠다고 말해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정말 예상 밖으로 남편은 단호했다.
"새로운 걸 배워서 습득하는데 쓰이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반나절을 일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1년 동안엔 정말 너한테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요가 하나에만 집중해 봐. 그리고 투자한 만큼 다시 벌면 되잖아."
"그리고 예전에 말했듯이, 내가 많이 벌어오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밥 굶고 사는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덜 놀고, 덜 소비하면 되잖아. 충분히 감안하고 내린 선택이었으니까 돈 못 번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남편의 말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동시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나를 이렇게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남편의 마음에 보답해서라도 더 이상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향해 나아가자.
라고 말이다.